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Aug 31. 2023

뜬금없이 교감 특별 승진

그리고 바로 그 직을 면함.

A good education can change anyone. A good teacher can change everything.


한국의 교직을 떠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부터의 꿈이 교사였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교직이었기에 정년 전에 떠나는 것을 미국 오기 전엔 상상조차 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가 생기면서 당초 계획에 없었던 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퇴직하겠다고 결심을 한 거 명예퇴직이 되면 참 좋겠다 생각을 하고 신청을 했는데 다행히 명퇴자로 선정이 되었다. 


교사가 퇴직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반퇴직과 정년퇴직. 일반퇴직은 인사발령 발표 시에 주로 '의원면직'이라는 단어로 쓰인다. 의원면직이란 의원에서 면직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본인의 원(願)에 의(依)해 그 직(職)을 면(免)하게 한다'는 뜻이다. 즉, 본인이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 조금 더 길게 설명하자면 교원의 자유로운 사직 의사 표시에 의하여 임용권자가 사표를 수리하여 교원의 신분 관계를 소멸시키는 처분을 말한다. 


정년퇴직은 말 그대로 정년까지 일을 하고 퇴직을 하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의 규정에 따라 초중등 교원은 62세의 나이에 이르면 무조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 원래 우리나라 초중등 교원의 정년은 65세였다. 내가 교사로 발령받을 때였던 1999년에 65세에서 62세로 낮추어졌다. 젊은 교원을 확충해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1999년 62세로 단축됐다. 한 명의 고령교사를 내보내면 세 명의 신규교사를 임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엄청난 교원 정년단축으로 4만 2천여 명을 내보내고, 교사 부족으로 2003년까지 2만 3천6백 명 새로 뽑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그때 그 시절. 학교 현장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고, 나는 초임교사로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커다란 행복감과 더불어 교육정책에 대한 큰 실망감을 동시에 느꼈었다. 많은 교사들은 99년부터 01년까지 단축된 정년을 맞거나 명예퇴직을 택해 무더기로 교단을 떠났다. 교육부가 정년단축을 추진하면서 예상했던 인원보다 네 배나 많았다. 


그렇다면 명예퇴직은 뭘까? 사실 명예퇴직도 크게 보아 의원면직에 속한다. 본인이 원해서 정년을 채우지 않고 이르게 퇴직을 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예퇴직은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에 예산의 범위 내에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의미한다. 명예퇴직금을 받으며 퇴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감사한 일이고 큰 행운이다.  


의원면직과 명예퇴직이 다른 점은 하나가 더 있다. 갑자기, 뜬금없이 교감발령을 내주는 것이다. 이름하여 교감 특별 승진. 그런데 교감에 임하고 이후 바로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한다고요? 사실 교감의 임기는 명예퇴직하는 날 하루뿐이다. 또한 하루 교감을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인사기록부에도 남지 않는다. 그냥 공문으로 특별승진 사실을 통보하고 그날 곧바로 해임되는 것. 나는 교사로서 퇴직을 신청했고 교감 승진을 요청한 적도 없기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이러한 교육계 관행은 교육공무원법에 근거하고 있다고 한다. 제15조(특별승진)에서 "재직 중 현저한 공적이 있는 사람이 명예 퇴직하거나 공무로 사망했을 때 자격증이 없어도 특별 승진할 수 있다"라고 적고 있기에 이에 근거하여 교육부는 명예퇴직을 하는 평교사에게 일제히 '교감' 발령을 내고 있다. 개인에게 승진 의사를 묻지 않고서 말이다. 하루뿐인 교감 발령이 주는 의미가 뭘까? 그래도 교감 타이틀이 교사보다 낫다는 관료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이 씁쓸하다.


명예퇴직하는 평교사에게 교감 발령 후 바로 그 직을 면함. 교사에 대한 예우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가 없다. 


[참고 자료]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8858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의 교직을 떠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