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ome into your life and go, but you will always have to live with yourself. Make yourself pleasant, positive, and peaceful.
우리 대학교 언어 강좌 수업은 각각 3학점으로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 운영이 된다. 내가 맡은 과목은 한국어 101 수업으로 월, 수, 금, 세 번으로 운영이 되었다. 이번 학기에 맡은 과목은 한 과목뿐이었지만, 일주일에 세 번 수업, 그것도 하루의 중간인 정오에 수업이 배정되었다 보니 수업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바쁜 기분이었다. 수업이 없는 화, 목에도 그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하느라 학교에 자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개강을 하면서부터 나의 일주일은 바삐 흘러갔다.
이미 한 번,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을 만났고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며 인사도 하고 눈 맞춤도 했지만, 스물다섯 명의 얼굴이 다 기억나기는 어려웠다. 소수 학생들의 성별과 이름,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몇 학생들의 머리 색깔이나 옷차림 등을 제외하고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두 번째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칭하여 모두 다 외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준비한 것은 각 학생들의 이름을 종이 한가득 한글로 써서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첫 수업 후 하루가 지나고 그다음 수업 시간이 금방 돌아왔다. 아직 한글의 자음, 모음도 모르는 우리 반 학생들이었지만 수업 시작 전 복도에서 마주친 몇몇 학생들의 얼굴은 나 만큼이나 들뜬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에도 일부 학생들이 미리 와서 앉아 있었다. 반가움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어색함은 없애고 반가움만 남기기 위해 학생들에게 활동을 제안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한국어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눕시다!
초급반 학생에게 아직 한국어는 많이 낯설지 모르겠지만 매 수업시간마다 친구와 말하기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개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한국식 인사법을 알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뚜렷한 한국어의 특성에 맞게 기왕이면 처음엔 공손하게 인사를 하도록 했다. 허리를 약간 숙이는 것은 내 키보다 몸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간단한 인사말을 해보며 학생들과 함께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나서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한 한국어의 특성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 자음과 모음, 그리고 이 둘이 결합하며 하나의 글자를 만들어 내는 한국어는 정말 과학적인 언어다.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고, 모음은 모든 사물의 근본인 하늘과 땅과 사람을 형상화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려주니 몇 명의 학생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차 올랐다.
수업이 끝나기 15분 전쯤,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한글 이름 종이 뭉치를 꺼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주면서 학생들에게 한글 이름이 예쁘게 적힌 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종이 가장자리에는 금테를 둘러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맨 위 정중앙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이미지를 나란히 넣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한글 이름을 잘 보이게 들어주세요." 그냥 헤어지기는 아쉬우니까 단체 사진 찰칵! 그리고 내 얼굴과 함께 학생들을 배경으로 또 한 장 찰칵!
그런데 이게 웬일, 종이 두 장이 남았다. 학생 두 명이 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결석을 했나? 수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과사무실에 들렀다. 그랬더니 조교 선생님이 마침 잘 왔다며 전체 학생 수에 변동이 있다고 말씀을 해 주셨다. 오늘 오지 않은 두 학생이 한국어 수업을 철회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왜지?'라는 생각이 막 스칠 때 조교 선생님이 말을 더했다. 학기 초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며 전혀 개의치 말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왠지 그 학생들이 떠올랐다. 엊그제 수업 첫날,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두 여학생의 모습이 어슴푸레 기억났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그다음 날 나는 세 번째 수업 준비를 위해 학교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학교 이메일로 어떤 학생의 연락이 왔다. 메이(가명)였다. 아직 우리 반 학생 명단에서 수업을 철회한 두 명의 이름이 빠지기 전이었다. 메이는 내게 직접 본인이 수업 정원을 초과해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용감한 학생이었다.
My name is May. I was wondering if it would be possible to raise the size of your class. I would really love to take your Introductory Korean class! I thought that it was worth asking.
나의 대답은 당연히 Of course! 그렇게 스물다섯 명에서 두 명이 빠지고 메이가 들어옴으로써 우리반은 최종 스물 네 명으로 확정이 되었다. 조금 늦게 한국어 수업으로 들어온 메이였지만, 그 이후로 가장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 중 한 명이 되었다. 메이는 연기를 전공하는 눈웃음이 정말 사랑스러운 학생, 한 학기가 모두 끝난 지금 메이는 일찌감치 한국어 102에도 신청을 했다. 내년 봄 학기가 기대되는 이유는 계속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우리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