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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Jan 24. 2021

Why I Failed Wharton MBA

와튼 MBA 인터뷰를 위한 팁




와튼은 올해 2020-2021 미국 비즈니스 스쿨 랭킹에서 #1 위를 수성했다 (US News 기준). 학교랭킹은 다양한 곳에서 발표되지만 Business Week (6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위 5위 이내에 자리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MBA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Finance 부분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일반경영 및 최근의 entrepreneurship 약진도 두드러진다. Warby Parker 나 Airbirds 의 와튼 출신이 이뤄낸 성공이 좋은 예시다.


2010년 가을, 나는 와튼 MBA 프로그램에 첫 번째 라운드에 지원을 했고 인터뷰에 초대되어 TBD까지 마쳤지만 아쉽게도 오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MBA 어드미션에는 다양한 변수가 고려되기에 정확히 어떤 부분이 부족했다고 하나를 꼭 짚어내기는 어렵겠지만,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언제 지원할 것인가?

2020년부터 코비드로 인해 미국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최근 몇 년간 식어가던 MBA의 열기가 다시 살아났다. Poets & Quants 에 따르면 2020-2021의 MBA 지원자 수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MBA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비즈니스 스쿨의 safe harbor 역할 때문이다. 회사에서 의도치 않게 나와야 하는 경우나, 다른 더 나은 기회를 2년 뒤 시장이 회복했을 때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MBA 2년은 좋은 투자가 된다. 현재 회사에서의 상황이 좋았던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나의 목표는 2020-2021년이었다.


지원타이밍은 운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하고 당신에게는 선택 가능한 변수가 될 수 있다. Round1에 지원할지 Round 2에 지원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겠지만,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타이밍을 고르는 것은 중요하다. 소위 M7이라 칭하는 탑스쿨들의 경우 평균적인 지원자의 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와튼의 경우 작년 말 접수된 어플리케이션이 21% 증가 (1200명 이상)하였고, 올 해의 트렌드를 볼 때 2000명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이 추가로 더 접수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2-3년 전에 지원했었더라면 당신은 3천 명 이상의 경쟁자와 나란히 설 필요가 없었다.


와튼 인터뷰: Team-based Discussion (TBD)

와튼의 인터뷰는 그 고유한 포맷과 방식으로 인해 다른 MBA 인터뷰와 차별성을 가진다. Team-based Discussion (TBD)라고 불리는 이 인터뷰는 한국의 토론면접과 비슷하다. 인터뷰 전 주제를 알려줘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실제 인터뷰는 4-6명 규모의 지원자가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자의 아이디를 공유하고 그 뒤 토론을 거쳐 마지막 프레젠테이션까지 마치면 되는데, 3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각 자의 개인발표 시간과 마지막 발표를 제외하면 20분 남짓의 시간만으로 매우 빠듯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을 두 명의 재학생이 평가하게 되고, 둘 중 한 명과 1:1 면접을 (10분) 보는 포맷이다.

https://mba.wharton.upenn.edu/interview-process

원래 인터뷰는 onsite 즉, 미국의 캠퍼스에 가서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로 인해 모두 Zoom을 통한 인터뷰로 대체되었다. 실제 인터뷰를 하기 전 두 번의 mock interview를 다른 와튼 지원자들과 해보며 연습을 했었는데, 가장 큰 걱정은 '과연 누가 우리 그룹에 들어오는가' 였었다. 연습 중 한 번은 중국 지원자였는데, 강한 엑센트 때문인지 팀원 누구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기 힘들게 되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졌었다. 그리고 화상 인터뷰로 진행하게 되면서 실제 인터뷰도 미국 지원자들과만 하는 게 아닌 전 세계 어느 지원자와도 팀이 될 수 있었기에, 부족한 나의 영어로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제일 먼저 했었다. 하지만 막상 두 번의 연습을 마치고 실제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제일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가장 중요한 실패의 원인은 팀원을 살리기 위한 개인적 vulnerability 표현의 부재였다. 와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 중 하나는 team work이다. TBD를 진행하는 이유도 개개인이 실제 MBA에서와 같은 환경, 즉 다양한 배경의 팀원들을 만나서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평가하고자 함이다. Daniel Coyle 의 책 The Culture Code: The secret of highly successful groups (한역: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를 보면 뛰어난 팀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 조성이며 이를 위해선 역설적으로 개인의 취약성 (vulnerability)을 먼저 보여주어야 함을 주창하고 있다. 실제 인터뷰에서의 팀원들은 모두 대단하고 좋은 친구들이었다. 4명은 나를 포함한 미국, 1명은 터키, 1명은 런던에 있는 친구들이었고 모두 너무 똑똑한 친구들이었기에 전반적인 진행과 마지막 결과물은 모두 매끄러웠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일련의 과정이다. 두 번의 연습과 실전이 가장 크게 달랐던 건 나의 아이디어와 개인 피치가 두 번의 연습과 피드백으로 인해 훨씬 잘 다듬어지는 바람에 실제 인터뷰에서는 내 의견이 팀원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었다는 점이다. 연습과정에서는 다른 의견을 주로 서포트하면서 크리티컬한 질문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했었는데, 실제 인터뷰에서는 나의 아젠다가 채택되면서 예상치 못한 주도권이 넘어오게 되면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했었다. 팀 내에서의 상대적인 status가 올라가면서 기대치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내가 주목을 받고 주도권이 커질수록 내가 쉽게 반박당할 수 있도록 팀원들을 돕고,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더 교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시키는데 좀 더 기여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또한 와튼의 인터뷰는 시간관리도 매우 중요하며, 내가 말하는 시간은 곧 우리 팀 누군가가 침묵해야 하는 시간을 의미하기에 균형 있는 배분이 중요하다. (실제로 개개인의 발언시간이 측정된다) 평소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끌고 가던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왔고, 돌이켜보니 우리 팀 누군가를 띄우기 위함이 아닌 나의 아젠다를 완성시키기 위해 달렸었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팀원을 어떻게든 합격시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와튼 인터뷰는 최소 10분 전 입장할 것을 추천하는데, 혹시 모를 기계적인 결함이나 인터뷰 준비에 대한 확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리 들어가서 함께 토론을 할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자들도 미리 들어와서 당신이 그냥 의욕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아니면 다른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지켜본다. 입장하는 순간, 평가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스몰토크에서 다른 친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하는 분야의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공통 관심사가 형성되면서 처음부터 질문이 내게 많이 몰리게 되었다. 만족감은 늘 기대에 비하여 그 크기가 결정되는데, 이러한 이어지는 기회들 속에서 나의 역할이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부족한 논리나 데이터를 확인하고 보충하는 방식으로 팀 성과에 기여하는 방향을 예상하고 연습해왔었는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리드를 하게 된 것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호흡을 가져갈 수 있었더라면, 혹은 좀 더 내가 부족한 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팀원들에게 조언을 구해 하나하나 조각을 맞춰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했으면 훨씬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쉬움이 전부는 아니다

함께 면접을 보는 개개인이 경쟁자인 상황에서 나를 버리고 상대방을 살린다는 것이, 야망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MBA를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역설적인 상황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생각할 필요가 있는 매우 정교하게 디자인된 TBD, 그게 와튼의 평가방식이었다. 그들은 지금의 경쟁자이지만 앞으로의 둘도 없는 당신의 코호트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고 또 함께 나아가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뛰어난 개개인으로써 그 능력을 입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선발하면서 나 혼자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2년 동안의 MBA 경험을 최악으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와튼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와튼을 지원하면서 여러 와튼 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그중 몇몇에게는 잊지 못할 큰 도움을 많이 받아 참 감사했다. 평균적인 한국인 지원자들과 비교해본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시험 점수나 학업 성취도를 가지고도 이번 라운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터뷰까지 갔다는 점을 보면, 얼마나 운이 좋게 내가 감사한 도움들을 받았는지 바로 납득이 간다. 비록 그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 과정 속에서 다시 한번 나의 리더십 스타일과 팀워크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된 와튼의 인터뷰에 감사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와튼 MBA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멋지게 해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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