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전형 통과에 필요한 꼭 필요한 3가지
클리브랜드로 향하는 71번 고속도로 위를 달리길 2시간째. 파고드는 햇살이 어디에서 내려오는지 모를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옅게 덮인 듯 회빛이 감도는 미드웨스트의 초여름 낮이었다. 나는 클리브랜드 오하이오에서 개최되는 캠퍼스 리크루팅 및 커리어 페어에 가는 길이었다. 보통은 리크루터를 보내므로 내 업무는 아니었지만, 리크루팅 시즌에 몰린 취업박람회 (career fair)나 캠퍼스 리크루팅을 모두 커버하기 위해서 지원을 받기도 하고 이번에는 내가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미국의 중서부 그리고 우리 회사의 특성상,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 내가 가는 곳들에서는 나 혼자 동양인인 경우가 흔했다. 이번 리크루팅도 다르지 않았기에 나는 혼자 속으로 과연 나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이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다른 리크루터들이 보면 얼마나 웃긴 상황일까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엔지니어링 전문분야의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하지? 미국애들이 날 무시하면 어쩌지? 라며 걱정하던 낯선 첫 경험은 예상외로 너무 즐겁게 마무리되었고, 그 후 2년여 시간 동안 인사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운 미국의 채용 과정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한국의 취업문을 넘는 것과 비교되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만약 당신이 한국을 떠나 지금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라고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의 세 가지부터 들여다보면 좋겠다. 한국의 취업난을 뚫기 위한 취준생들의 엄청난 노력에 비하면 '이게 정말 다야?' 라고 우스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뷰로 이어지는 (서류합격) 99%는 여기서 결정된다.
Cover Letter
Networking
Resume
먼저 입사를 희망하는 편지를 쓸 준비를 해야 한다. '아니 내가 회사에 지원하는데 누구한테 뭐라고 편지를 쓴단 말이야, 뭐 회장님께 뽑아주세요-하는건가?' 라고 나처럼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커버레터 (cover letter)라고 불리는 이 편지는 사실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채용 서류의 기본 중 하나이다. 최근 많은 미국의 기업들이 채용과정을 더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더 많은 구직자가 간단하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커버레터는 선택사항으로 두는 경우가 늘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커버레터에 들이는 노력을 포기한다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추가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마치 한국의 입사지원서에 있는 다양한 빈칸들을 채워야 하는 것처럼, 선택 사항이지만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이 이 커버레터다. 처음 여름 인턴쉽을 구하던 때, 우리 클래스에서는 유일하게 아마존에서 인터뷰 초대를 받았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더 좋은 미국 친구들이 아무도 받지 못했던 인터뷰를 어떻게 외국인인 내가 받았는지 다들 궁금해했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나의 커버레터에 적힌 내용이 마음에 들었었다고 했다.
조금 부담을 덜어주고자 비교를 한다면, 나름의 양식과 적어야 할 내용들이 있으므로 한국의 자기소개서를 적는데 들이는 창작의 고통에 비하면 나름 쉽게 적을 수 있다. 보통 1장의 페이지에 내용을 정리하고, 내가 이 회사에 (특정 포지션에) 관심이 있다, 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왜 내가 적합한 사람인지 혹은 이 회사와 'fit' 이 맞는지를 이야기한다. 기업과 나의 'fit' 이라는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다른 글에서 더 상세히 다루게 되겠지만, 한국 시스템과 비교해 간략히 보면 얼마나 내가 이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력서에서 보여주는 경력, 능력과 더불어 거기서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려주고 서면상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 냄새를 풍기게 하는 것이 또 커버레터다. 자소서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이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관심이 있고 열정을 가지고 알아봤는지도 커버레터에서 보여줄 수 있다. 전형적인 포맷이 존재하고 남들도 다 비슷한 내용을 적는다면, 대체 어떤 부분에서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를 위해 이야기를 '듣는' 노력, 즉 누군가를 직접 만나는 네트워킹의 필요성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인맥과는 조금 그 무게를 달리하는 개념이자, 가장 많은 한국분들이 낯설어하는 개념이 이 네트워킹이 아닐까 싶다. 흔히 말하는 학연, 지연, 혈연의 개념과 비슷하지만 이를 통해서 회사를 들어간다는 점이 한국에서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면, 미국에서는 이를 당연히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나는 미국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네트워킹을 할 수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그래도 할 수 있습니다" 가 대답이 될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네트워킹의 시작은 informational interview 라고 볼 수 있는데 15분-30분 정도의 가벼운 통화나 커피 미팅을 하며 내가 관심 있는 분야나 회사에 대해 배워보는 자리다. 예를 들어 내가 아마존이라는 회사에 관심이 있다면, 링트인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 회사에 일하는 사람을 찾고 이메일이나 쪽지를 보내 이러이러한 관심사가 있고, 궁금한 내용이 있는데 10분 정도 통화를 할 수 있는지 묻는 식이다. 공통 백그라운드 (학교, 출신 등)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연결이 되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임원에게 연락을 하는 게 아닌 이상 보통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1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준다. 회사 근처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좋고 그게 아니라면 화상이든 통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회사나 커리어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물어볼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당신이 직업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락했다라든지 직접적으로 자리가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담을 주는 질문을 피하고 최대한 순수한 관심과 배움에 중점을 두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당신이 정말 어필하는 점이 있었더라면 상대방에 먼저 내부 추천 (employee referrals) 을 해주겠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네트워킹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추천이다. 회사의 HR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컬처가 강할수록 직원들의 추천이 갖는 힘이 크다. 이러한 경우 추천을 받는다면 HR이 이 사람의 프로필을 리뷰할 때 큰 가산점을 얻게 되고, 다음 단계인 인터뷰로 진행될 수 있는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회사들의 경우 (그렇다, 당신만 미국이 처음이 아닌 회사도 당신이 외국인으로서 낯설 수 있다), 혹은 이 사람이 우리 회사의 독특한 문화에 부합하는가 (fit)를 고민할 때 내부 직원이 추천은 이러한 걱정을 크게 덜어주는 효과를 지닌다. 둘째, 네트워킹을 함으로써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신에게 이 회사와 커리어가 정말 맞는가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최근 소식이나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얻거나 확인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커버레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과 인터뷰에서 어필할 수 있는 유용한 소스들을 얻을 수 있다. 똑같은 지원자격을 갖춘 지원자들이 있다고 할 때, 누가 더 우리 회사 사정에 밝고 이미 회사 사람처럼 이야기하느냐는, 얼마나 이 사람이 더 진심이고 관심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도 만나봤고 정말 이 회사에 내가 관심이 생겼다. 이 회사도 나에 대해 이제 궁금해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나를 보여주지?
나의 지난 발자취,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단 한 장의 무기가 이력서 (resume)다. 미국의 이력서는 한국의 이력서와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디테일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사진이다. 한국에서도 사진을 부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사진으로 인한 차별적인 요소가 매우 민감한 주제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구조는 1) 커리어 경력 2) 학력 3) 기타 활동 경력 4) 스킬 및 취미 가 뼈대를 이루고 직군 및 산업에 따라 조금씩 스타일을 달리한다. 특히 커리어 경력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한국의 이력서와 달리 더 상세하고 결과 중심적으로 내용을 기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가장 최근 역할이 제품 개발팀에서 신제품 출시를 도왔다면, 한국의 이력서의 경우 "ㅇㅇ전자 신제품 개발팀 팀장" 이라고 직책을 명시하고 간략은 업무기술이 가능하겠지만, 미국 이력서라면 실제 어떤 업무를 진행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서술되어야만 한다. 회사에 따라 같은 이름이라도 실제 업무가 상이하고 회사 규모에 따라 비슷한 타이틀일지라도 그 경중이 다를 수 있으므로 상세한 내용을 통해 이해하고자 함이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키워드 선택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스크리닝 프로세스들은 대부분 HR 인포메이션 시스템 혹은 플랫폼들에서 자동으로 키워드 검색을 하고 어느 정도 이 지원자가 현재 고용하려는 직업에 맞는지를 가늠해 가이드라인을 준다. 예를 들어, 현재 오프닝이 프로젝트 매니저를 고용하려 한다면, 이에 맞는 키워드인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커뮤니케이션' '플래닝' 'PMP' 등의 스킬들이나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경험에 맞춰진 키워드가 이력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럼 무슨 키워드를 적어야 하는 걸까? 다행히도 대략적인 답은 간단히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Job Description, 즉 직무기술서 혹은 잡포스팅을 유심히 읽어보는 일이다. 잡포스팅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사팀과 하이어링 매니저는 필요한 내용을 조율하고 이를 글로 옮기는 작업을 거친다. 그리고 그 안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minimum requirements 부터 preferred qualifications 까지 다양한 내용이 들어간다. 회사 혹은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그 상세함이 다를 수는 있으나, 가장 먼저 정독해보고 분석해봐야 할 내용이 바로 잡포스팅에 어떤 키워드가 실려 있는가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이력서의 분량이다. 보통 이력서를 작성할 때 10년 이하의 경력은 한 장 이내로 간략하게 만들 것을 추천하며 필요 이상으로 긴 이력서는 HR에서 걸러낼 가능성이 크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을 때 어떤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내용을 선택할 것인가도, 뽑으려는 입장에서 어떤 키워드와 스킬을 보고 싶어 할지 염두한다면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준비는 그것 나름대로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데 있어 앞서 기술한 3가지는 제가 스스로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유명한 테크 회사들에 지원하며 효과를 보았거나 인사팀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평가하며 배웠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입니다.
회사마다 고유한 프로세스 및 평가기준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개괄적인 기술만을 하였으나, 각 항목별로 더 세세한 사항을 다루고자 한다면 개별로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알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