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전부다'
비약이 심한 말이지
'시작이 반이다'
이 정도가 적당하지
하지만 있지 않을까
어떤 예외가
정말 전부일 수도 있다
내가 시작한 어떤 일이
그녀는 고백했다
이것은 신神의 뜻이라고
자신은 선택된 사람이라고
그 고백이 시작이었다
선택된 사람이라...
근거 없는 믿음 한 조각
자식의 죽음
그걸 넘으려는 절박함
절박함이라 쓰고
믿음이라 읽는 분열증
그 틈에서 자라난 폭력성
언어, 눈빛, 생각
그렇게 지나간 수십 년
예순을 넘긴 세월, 그동안
더러워진 입술과 혀
통제 불능의 감정
은근한 시기심
그게 신神이 선택한 자라니...
차라리 그 신神을 원망하지
그리고 이를 갈며 저주하지
그 아이가 떠났을 때
그런 원망과 저주
그게 시작이었다면
지금처럼 살진 않을 텐데
그 신神은 전능한 존재라
그런 원망과 저주 정도는
바꿀 수 있지
빛과 소금으로
하지만 그분의 전능함은
무력하고 연약하지
자신을 속이는 자에게는
자신을 속인 자여
신神을 끌어들여
민낯을 가린 자여
그대는 그분에게
돌아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