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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네 May 02. 2024

64. 시작이 전부다

'시작이 전부다'

비약이 심한 말이지

'시작이 반이다'

이 정도가 적당하지


하지만 있지 않을까

어떤 예외가

정말 전부일 수도 있다

내가 시작한 어떤 일이


그녀는 고백했다

이것은 신의 뜻이라고

자신은 선택된 사람이라고

그 고백이 시작이었다

선택된 사람이라...


근거 없는 믿음 한 조각 

자식의 죽음 

그걸 넘으려는 절박함 

절박함이라 쓰고

믿음이라 읽는 분열증 

그 틈에서 자라난 폭력성

언어, 눈빛, 생각


그렇게 지나간 수십 년

예순을 넘긴 세월, 그동안

더러워진 입술과 혀

통제 불능의 감정

은근한 시기심

그게 이 선택한 자라니... 


차라리 그 신을 원망하지

그리고 이를 갈며 저주하지

그 아이가 떠났을 때

그런 원망과 저주

그게 시작이었다면

지금처럼 살진 않을 텐데


그 신은 전능한 존재라

그런 원망과 저주 정도는

바꿀 수 있지

빛과 소금으로

하지만 그분의 전능함은

무력하고 연약하지

자신을 속이는 자에게는


자신을 속인 자여

을 끌어들여

민낯을 가린 자여

그대는 그분에게

돌아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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