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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람 Dec 26. 2024

잠들기 전 마지막 스크롤의 심리학


매일 밤 똑같은 다짐을 한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하지만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을 든 순간, 시간은 멈춘 듯 흐른다. SNS 피드를 넘기고, 뉴스를 훑고,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새벽 1시. 왜 우리는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걸까?

수면 전문가들은 취침 전 2시간은 블루라이트를 피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현대인 10명 중 8명은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수면부족으로 고통받는 현대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우리는 스스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복수적 취침시간 지연(Revenge Bedtime Procrastination)'이라 부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개인이, 밤시간을 '탈취'해 통제감을 회복하려는 심리적 보상 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업무 스트레스가 높고 여가시간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 행동이 만성적 수면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수면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 잠복기를 평균 30분 이상 증가시키고, 수면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블루라이트 노출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끊임없는 정보 유입은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든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의 도파민 중독 메커니즘이 더해진다. 끝없이 스크롤되는 피드, 알고리즘이 정교하게 추천하는 콘텐츠들은 '마지막 한 번'이라는 자기기만을 부추긴다. 하루의 피로가 쌓일수록 도파민에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디지털 디톡스가 정답처럼 제시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점진적 감소'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취침 30분 전부터 알람을 설정해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가거나, 블루라이트 차단 앱을 활용하는 것이다. 침실을 '스마트폰 프리존'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 시간에 충분한 여가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할 때, 밤시간을 '빌릴' 필요가 없어진다.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당신의 것이었나요? 오늘 밤,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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