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십세기 소년 Feb 06.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31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38. 인공지능 국가전략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모든 분야에 걸쳐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에 이제 전문가간 이견은 없어 보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생산방식과 생산성 등에 혁신을 가져와 산업구조를 재편시키고 이에 따라 교육과 일자리가 바뀌고, 결국 삶의 방식도 변화하게 될 것은 자명하죠.

 주요국들은 민간 기술력(미국), 제조업 경쟁력(독일), 대규모 자본 및 데이터(중국) 등 자국의 강점을 활용하여 인공지능을 접목·활용하거나, AI를 통해 고령화(일본) 등 당면과제 해결을 추진하며 4차 산업혁명 대응과 AI 주도권 확보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대응노력에 따라 미래 세대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역시 경제 활력 제고 및 사회문제 해결에 인공지능이 미칠 중요성을 인지하고 범정부적 실행을 도모하고자 2019년 12월, 부처합동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마련하여 발표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서 해설을 해보겠습니다. 2030년을 목표로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과제를 담았는데 사실 모두 실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매우 방대한 범위를 다루고 있긴 합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AI 인프라 확충, AI 기술 경쟁력 확보, 규제혁신과 법제도 정비, 글로벌 AI 스타트업 육성 등의 정책이 담겨 있습니다. AI 인프라 측면으로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방을 추진하여 데이터 개방·유통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 데이터 지도 연계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마침 좋은 사례가 요즘에 나오고 있죠. 바로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스크 구입 관련입니다. 공적 마스크 공급 정책에 따라 약국 등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 수량이 부족해 많은 국민들이 헛걸음하는 일이 잦자 정부에서는 마스크 공급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한 것인데요. 정부에서 일일이 직접 웹이나 앱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정부에서는 민간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마스크 판매 관련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면 민간 개발자나 전문가들이 다양한 창의성과 혁신을 가미해서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는 형태로 이번 일을 추진했습니다. 또 KT, 코스콤, NHN,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등 4개  기업도 협력했는데 이들은 2020년 3월 5일부터 2개월간 무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약국 정보, 마스크 재고 등 데이터 API 서버를, KT, NHN, 코스콤은 개발언어, 데이터관리시스템(DBMS), 웹서버(WAS) 등 개발환경을 제공하며 힘을 보탠 결과 실시간으로 마스크 재고 웹, 앱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덕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최근에 아이 마스크 2장을 간신히 구입할 수 있었답니다.(웃음) 이처럼 정부가 제공한 공공데이터를 민간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때 보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대국민 서비스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좋은 사례로 시의 적절하게 여러분께 소개하게 되어 다행입니다.(웃음)    


[ⓒ 마스크알리미(mask-nearby.com)]


 또 첫 번째 대목이었던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 전략에 주목해볼 만한 이슈는 AI 기술경쟁력 확보 부분인데, 특히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관한 것입니다. AI 반도체란 인간 뇌처럼 기억, 연산을 대량으로 동시(병렬)에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입니다. 현재까지 대다수를 차지하는 IT기기의 뇌는 중앙처리장치(CPU)였지요. CPU는 입력 순서에 따라 연산을 처리하는 '직렬' 컴퓨팅 구조로 만들어졌지요. 컴퓨팅 시스템 전체를 통제하거나 어려운 연산을 할 때에는 유리하지만, 일정한 규칙 없는 수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AI 환경에서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지요. 반면에 AI 반도체는 '병렬' 컴퓨팅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사물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인식하면서, 한꺼번에 데이터를 쌓는 영역에서 최적 성능을 발휘하게 되죠.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초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AI 반도체 출현으로 사업 간 영역도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 칩을 개발하는 회사는 반도체 소자업체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등 IT 공룡들이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기술 등에 활용할 AI 칩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 실력을 앞세워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둘째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AI 인재 양성 및 대국민 AI 교육, 산업 전반의 AI 활용 전면화, 최고의 디지털 정부 구현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하고도 또 어려운 대목이라고 느껴지는데요. 바로 인력 양성에 해당하는 부분이 그것입니다. 여전히 대한민국 교육은 지난 세기 교육에 머물러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입시를, 교육 정책·행정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조건 자체가 열악한 수준입니다. AI 시대는 SW‧AI 중심의 디지털 문맹 퇴치로부터 시작하나, 우리 SW·AI 교육은 시작단계로 학교교육 및 졸업 후 교육기회도 부족한 실정이지요. 심지어 이를 잘 지도할 수 있는 교원, 전문가도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선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17시간, 중학교 3년간 34시간 이상을 이수하게 되는데요. 각각 한 학기, 두 학기 동안 주당 한 시간을 들을 수 있는 시수에 불과하지요. AI 중심 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 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SW 및 AI 중심의 학교 커리큘럼을 개편하여 필수교육 확대 및 교원 역량을 집중하여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학내 SW·AI 기초 교육을 필수화하고 입학 모집단위와 관계없이 융합전공을 신설하고, 소속 계열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성인 학습자가 AI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K-MOOC, 사이버대학 등 다양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을 통해 AI 평생 교육을 체계화 하겠다고도 합니다. 


 최근 전자신문에서 대국민 대상 'AI 교육 현실과 개선방향' 설문에서 97.9%가 ‘AI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고 하니 사회적 교육 수요와 관심이 어떠한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의 인력 양성 계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사회 구성원 전반의 인식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 평가와 경쟁 위주의 서열식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 공급도 우리나라에서는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밖에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초중고 SW·AI 교육의 핵심은 화려한 코딩이 목적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 창의성을 기르는 리터러시 교육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죠. 


 마지막으로 AI 국가전략에는 ‘사람 중심의 AI’를 실현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포용적 일자리 안전망 구축, 역기능 방지 및 AI 윤리체계 마련에 관한 정책이 담겨 있습니다. 산업 전반에 걸친 AI 활용은 단순 반복적 업무를 중심으로 일자리의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있고, AI는 우리 생활의 편의성를 높임에도 AI의 기본소양과 기술을 갖지 못한 취약계층·집단에까지 AI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우려를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급변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 완화와 일자리 변화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 생계유지, 취업지원 등 일자리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과 산업 현장인력의 AI 활용역량 제고와 일자리 이동성 확대를 위해 직업훈련 체계를 AI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모쪼록 이 국가전략이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마일스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한편으로는 중앙 정부 외 지역에서의 움직임도 분주하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17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저마다의 비전을 수립하고 분주하게 정책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미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고, 기본 계획을 꾸렸고 또한 지역별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산학민관의 전문성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지요. 이미 세종(5-1생활권)과 부산(에코델타시티)에서는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특히 광주에서는 AI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이 예타 면제를 통과하면서 향후 5년간 첨단 3지구를 중심으로 약 4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외 인공지능 대학원 5개교가 서울(고려대, 성균관대), 대전(KAIST), 광주(GIST), 경북(Postech)에 설립되어 전문 인력 양성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2020년도 입학 경쟁률이 최대 10: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하네요. 또한 규제자유특구 7개 지역 지정으로 강원(바이오헬스케어), 부산(블록체인), 대구(스마트웰니스) 등 지역별 특화·주력 산업에 대한 규제 특례로 보다 활발한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해당 지역별 수소시범도시, 스마트 팜 혁신밸리,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등에도 분주하며 서울과 제주 등에서는 4차 산업혁명 펀드 조성도 활발한 편이예요. 이처럼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새로운 메가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대한민국의 혁신을 견인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바래보자면 일시적인 정권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빅 픽쳐 설계와 지속가능한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 불가역적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30교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