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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Jan 05. 2024

2023년 마지막 비행, 뜨거운 다르 에스 살람

Dar es Salaam, Tanzania (DAR)




12월 로스터에 요청해서 받은 비행 한 개가 나왔다. 바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위치한 다르 에스 살람이다. 서울에서 같이 일했던 친한 친구가 어떻게 탄자니아로 파견을 가있어 친구를 보러 요청한 비행이었다. 레이오버는 하루 데이오프를 껴서 이틀이었다.


도하- 다르 에스 살람

이틀 레이오버

다르 에스 살람-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도하


올 때는 킬리만자로를 들리는 더블 섹터의 비행이었다.









중동인데도 불구하고 해가 진 도하는 쌀쌀하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사이 다르 에스 살람 비행을 받아 따뜻한 아프리카에서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가는 길에는 8명의 승객을 맡았다. 비즈니스 트립을 가는 승객도 신혼여행을 가는 승객도 있었다. 신혼여행을 가는 승객 두 커플에게는 해피 허니문이라고 써서 깜짝 케이크를 줬다. 선물로 비즈니스 클래스 팬도 줬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축하해 주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나 이건 추가적인 일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되긴 한다. 승객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굳이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난 항상 다가가서 물어본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왜 이곳을 가는지. 단순히 좌석번호가 아닌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기억한다.



승객들이 휴가던 비즈니스 트립을 가던 내가 그들의 여정에 일부가 되어 기억에 남고 싶다. 따뜻했던 승무원으로. 시간이 지나니 승객들이 했던 말이나 나에게 느끼게 했던 감정, 주고받았던 연결과 공감이 기억에 남았다.








다르 에스 살람에 도착해 비행기 문을 여니 뜨거운 열기가 들어왔다. 일부의 승객들은 내리고 대부분의 승객들은 킬리만자로가 최종 목적지이기에 그대로 탑승하고 있었다. 한 시간 일찍 랜딩을 해서 테이크 오버 하는 크루들을 기다리는데 너무 더웠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거리의 사람들은 감자칩과 각종 과일, 간식을 팔고 있었고 비포장도로에 먼지가 많이 났다. 어떻게 친구가 이런 곳에서 살고 있을까 싶었다가 호텔 근처로 가니 괜찮은 도로와 건물들이 보이긴 했다. 푸르른 정글 속 펼쳐진 바다 옆이었다.



랜딩 루틴인 샤워, 마스크팩 그리고 낮잠을 자려고 하는 찰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다고 하고 퇴근하고 보기로 했다. 두세 시간이 남았는데 잠이 오지 않아 창문 밖 푸르른 숲 옆 호텔 야외 수영장이 보여 바로 비키니로 갈아입고 나갔다. 마침 케냐에서 놀러 온 대 열댓 명의 아이들이 있어 같이 수영하다 레이스를 했는데 꼴찌를 했다. 여자아이들은 내가 수영하는데 계속 따라와서 말을 걸고 어찌나 예쁘고 귀엽던지. 스와힐리어도 많이 알려줬는데 물은 마지라고 한다. 알고 보니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이 세 동아프리카 국가는 서로 비자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자도 낮에는 점심을 케냐에서 먹고 저녁엔 잠을 자러 탄자니아로 간다고 한다.



Melani & Tala




친구가 퇴근을 하고 드라이버와 함께 호텔로 픽업을 와 slipway hotel의 워터프런트 해산물 식당을 갔다. 가는 길에는 거리에서 파는 아보카도도 사고 잠시 내려 코코넛을 마시기도 했다. 도착하니 옷 가게가 있어 둘러보다 전통 비즈로 만든 목걸이가 달린 드레스를 입어봤는데 친구가 선물로 사줬다. 그리고 야외에 바로 바다 옆에서 해산물 플레터와 아프리카 스파이스로 양념을 한 생선요리를 먹었다. 세렝기티 라거를 마셔보고 싶었으나 웨이터의 추천인 킬리만자로 라거를 마셨는데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한 병 더 주문했다.



Kilimanjaro Lager in waterfront



한국에서 같이 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우리의 직업은 그 사이 많이 바뀌었지만 우정은 여전하다. 점점 잘 돼 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다. 근데 과로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덕분에 다르 에스 살람이라는 곳으로도 비행을 와보고. 그리고 다음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레이오버 둘째 날에는 금요일이었다. 친구는 일하기에 오스트리안 캡틴과 같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한 카자흐스탄 친구와 이코노미에서 한국인 크루 한 분과 넷이 나갔다. 봉고야 섬을 가려고 했는데 오후에 나가니 너무 짧은 시간을 있을 수 있어 계획을 바꿔 바다 옆에서 주스를 마시고 우버를 타고 코코 비치로 향했다. 안에 비키니를 입고 왔기에 입었던 드레스를 벗고 바로 바다로 수영하고 있는 아이들 무리로 뛰어들어 파도를 탔다. 미역 같은 게 너무 많았는데 그게 코코라고 했던 것 같다. 아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 이 대자연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더 맑고 순수한 것일까 모래 위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니 평화로웠다. 사람들이 다가와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렇게 사진을 많은 사람들과 찍었다.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아하고. 그냥 해변 모래 위에서 아이들과 모래 장난을 하고 사람들과 웃으며 파도에 풍덩 빠졌다. 그렇게 따뜻한 해변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coco beach, dar es salaam




친구는 주로 야근을 늦게까지 하는데 내가 기다릴까 최대한 일찍 왔다. 하지만 일을 끝내지 못해 저녁을 먹고 노트북 앞에서 밀린 일을 했다. 그리고 첫날 준 카타르항공 곰 링을 가방에 달고 온 게 귀여웠다. 작은 선물이지만 감사해하는 친구를 보면 기분이 참 좋고 고맙다. 



마지막 날은 아침에 친구와 같이 헬스를 하고 조식을 즐겼다. 서울에서 같이 요가 수업을 들으러 다니고 맛있는 음식점이랑 카페도 많이 갔었는데 이렇게 아프리카에서 만날 줄이야. 조식에는 코코넛이 통째로 있어서 두통씩 마셨다. 아보카도 파파야 패션프루츠 스무디도 맛있어 두 잔씩 마셨다.





조식을 먹고 나니 두 시간 후 픽업이라 한 시간 휴식을 취하고 한 시간 준비를 하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함께 사진을 찍고 친구의 드라이버가 데리러 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르 에스 살람이라는 장소 자체도 푸르르고 좋지만 친구가 있었기에 더 좋았다. 그 목적지에 누군가가 있다면 가는 길에도 설레고 그 행복감이 승객에게도 전해진다. 레이오버에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잘 쉬어 돌아오는 길에도 그러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캡틴의 생일인 걸 알았지만 아무도 나서서 무엇을 하지는 않았다. 서비스를 끝내고 쉬며 소셜 애리아를 모니터 하며 잠시 앉아있었는데 생각에 잠겼다.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쉴 수도 있었지만 사무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캡틴의 생일인데 깜짝 케이크이나 무언가를 준비하는 게 어떻냐고. 그런데 케이크가 없어서 사무장의 아이디어로 종이에 온 크루가 편지를 써서 전해주기로 했다. 캡틴에게 랜딩하고 크루 버스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줬는데 20년 비행 인생에 이런 건 처음 받아본다며 너무 고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주길 너무 잘했다.



사실 나는 비즈니즈 클래스를 비행한 지 몇 달 되지 않고 병가를 오래 다녀와 기본적인 서비스만 하는데도 느린 편이다. 그런데 비행에서 축복할 일이 있으면 축하해 주고 도움이 필요한 승객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 마음은 그렇지만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력자들이 필요하다. 갤리 매니저는 플레이트와 케이크를 준비해 주고 사무장은 경험들로 멋진 글씨를 써줬다. 캡틴에게 편지는 열 명이 넘는 온 크루들의 메시지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였지만 같이 비행 한 동료들의 도움과 실행력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사무장은 귀찮은 듯 더 이상 신혼부부를 찾지 말라고 장난 식으로 얘기하면서도 나에게 변하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이런 식으로 비행해 가라며 말했다.


"Lizzy Don't ever change. Keep your positive energy and fly like this."








캡틴에게 생일 편지를 써줘서일까 다르 에스 살림 비행 후 아프리카 비행을 너무 좋아하게 된 내 마음을 하늘이 읽은 걸까 랜딩하고 체크아웃을 하니 새해 선물처럼 스탠바이였던 스케줄이 엔테베(Entebbe) 비행으로 바뀌어있다. 같이 비행 한 케냐 부사무장이 엄청 좋은 비행이라고 했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새해의 첫 비행은 아프리카의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 레이크 앞에 위치한 엔테베, 우간다로 간다.



어떤 크루는 네가 하는 일을 감사해하는 회사에서 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어떤 크루들은 승객들과 대화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서비스를 빨리 끝내라고 한다. 많은 크루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appreciated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도 회사에서 주는 추가 이득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마음 다해 승객을 대하고 일을 하면 누가 굳이 인정하거나 감사해하지 않아도 신기하게도 승객과 동료의 눈빛에서 다 느껴지고 나의 마음 자체가 충만해지는 그것만으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하고 그 일에 온 마음을 담아 열정으로 일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비행하며 모든 이야기들을 함께하게 되고 게임 같기도 배움 같기도 한 비행들이 정말 재밌어지는 것이다.



이만 명의 전 세계에서 온 승무원들과 같이 일하며 모두 다른 가치를 갖고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며 누군가의 비판을 눈 찌푸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2024 이번 해에도 나의 가치를 따르며 계속 비행해 갈 것이다. 누군가의 화에는 연민으로, 동료와 승객을 대할 때는 사랑으로, 어떤 당황스러운 상황이 일어나도 마음속에는 평안함을 유지하며 조화롭게 비행하리라. 



나는 어쩌면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이는 오지랖 넘치는 승무원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지 않은 일들도 꿋꿋이 반복해 이 년째 하는 중이다. 돌아보니 이렇게 해오길 잘했고 이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알아본다. 가능한 틈틈이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지금처럼 이 순간순간 한 비행 한 비행을 즐길 것이다. 단순한 서비스만 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짧다. 한 명 한 명의 승객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매 비행에서 만난다. 2024년에 다가올 어떤 선물들도 두 팔 활짝 열어 맞이할 것이다.




welcome 2024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기본에는 나의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있어야 하니 건강관리 체력관리를 잘하며 비행하고 살아보자. 바쁘게 비행하다가도 이따금 고요가 찾아온다. 힘든 비행 후에는 더 깊은 아름다움이 보이기도 한다. 땀과 먼지를 씻어내 샤워를 하고 푹 쉰 후에 긍정적인 환경과 생각을 선택을 한다. 어쩌면 같은 비행도 내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가 어떤 점에 집중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모든 비행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선한 마음으로 지금 하는 일을 감사하며 즐긴다면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에서 충분히 행복할 이유가 넘쳐난다.






새해에도 당신의 영혼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샨티 샨티 샨티




Open your heart and mind to all the possibilities of life.


Notice the beauty around you in a little thing and choose to see the beauty of existence.


Share love and kindness with everyone around you.


Fly with love.



Shanti Shanti Sha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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