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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퍼즐도사 Dec 27. 2021

부캐를 통해 돌아본 나의 2021년

취미가 되버린 부캐

나는 12월 이맘때쯤이면 템플스테이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상과 단절한 채로 며칠 온전히 나와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급으로 코로나가 난리부르스를 치네? 어쩔 수 없이 얌전히 방콕하면서 맥주 한잔을 홀짝거리며 2021년을 회고하려고 한다.




작년은 인생 일대의 암흑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하는 일들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터지는 일들로 자극이 되어 감정이란 청룡열차 1열에 앉은 것 마냥 혼미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 모습이 꽤나 걱정이 됐는지,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도와줘서 다행히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2020년이 끝나갈 무렵에는 그간 받은 주변의 도움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1년.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부터가 긍정적이었어서 그런가, 2021년은 감사한 일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유달리 많았던 해인 것 같다. 고된 기경으로 여기저기 들쑤셔진 내 마음의 밭에 마침내 새싹이 돋는 듯, 유독 새로운 도전과 시작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취미로 시작했던 부계정이 있다.




이 부계정은 틴더 에피소드 공유용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불특정 다수가 난잡하게 널브러져(?) 있는 틴더인지라 병x 레이더 풀가동에 가드 이빠이 올리고 전사의 마인드로 임해야 날 지킬 수 있다. 틴더를 하면서 진짜 별의별 사람 다 만나게 되는데, 혼자만 알기엔 너무 어이없고 웃긴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그 길로 만들게 된 부계정. 나는 그저 내가 재밌어서 기록으로 남길 심산으로 시작한 건데, 내 포스팅들을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며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됐다. 




사실 교육의 목적도 다분하다. 유학하면서 별의별 사람 다 만나봤고, 심리학 전공과 LAPD에서의 인턴 경험은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면서도 내 안전을 지킬 방법을 알 수 있게 해 줬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도 컸다.




무튼 안 그래도 관종인 난데, 사람들이 자꾸 재밌다 재밌다 해주니까 더 신나 버렸다! 비록 남들이 보면 우스울 수 있는 팔로워 수이지만, 애정과 노력으로 키운 내 부계정에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주는 vip들이 있어 나는 굉장한 보람을 느끼며 이 계정을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 감에 대한 믿음도 조금씩 채울 수 있었다. 아 역시 나만 재밌는 게 아니군-하면서.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건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것들을 빠르게 캐치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에 자신감이 생겼다. 관종력에 자신감까지 붙어서 인스타그램, 틱톡 가릴 것 없이 콘텐츠를 만들었고, 그 결과 sns 셀럽도 아닌 내가 20만 뷰를 넘긴 동영상을 두 개씩이나 갖게 됐다. 그리고 내가 기획한 친구의 첫 광고 포스팅이 약 7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지요!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나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아서 얻게 된 결과들이지만, 무언갈 만들고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용기가 생겼다. 나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또 운이 닿으면 시너지가 발생하는 걸 이제야 체감한 거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구나-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항상 속으로만 갈망했던 글쓰기도 그렇게 도전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부계정은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인연들을 선사해줬다.




한 번밖에 보지 않았던 분과 내 포스팅들에 대한 이야기로 친해져서 그 길로 그와 그의 여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함께 한강에서 치맥을 하며 재밌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알고 보니 뮤추얼 프렌드가 있어서 신기한 인연이라며 번개 만남을 가져 안면을 튼 사람도 있다. 또 한국에서 드물게 나이의 벽을 허물고 친구처럼 지내는 young한 친구들, 그리고 지켜보니 정말 괜찮은 사람 같아서 내가 정말 아끼는 언니와 연결해줬더니 연애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가 남다른, 나를 상담의 세계로 다시 인도한 사람도 있다. 이 부계정이 아니었다면 겪어 보지 못했을 신기한 경험들이다.




2022년 신년운세를 보면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들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으로 평가될 거라고 한다. 아직 겪어보지 않은 2022년이지마는, 올 한 해를 돌아보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이고 내심 믿고 싶은 운세다. 정말이지 뉴비, 낫뉴비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내가 가진 강점을 확인하면서 자신감 뿜뿜했던 2021년이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2022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다 좋다. 올해는 그런 한 해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젠 조금씩 서글퍼지지만 2022년은 기분 좋을 날이 더 많을 것 같아 매우 기다려진다. 더 성장할 나를 기대하면서 2021년 회고는 이렇게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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