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로 살더라도 다 괜찮다.
그간 인생을 살면서 친구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혼자여도 외로웠던 적이 없고, 늘 어디든 잘 놀러 다녔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든 어디든 집단에 가면 늘 친구가 있었고, 활발하게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다만 특이한 게 있다면 술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런 자리에는 잘 끼지 않았던 것 같다. 이른 나이부터 스스로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그런 쪽으로 더 집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인간관계는 좁고 깊은 편으로 변했다. 개인주의자인 내 성격에 잘 맞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집순이였기 때문에 만남보다는 전화가 더 잦았다. 카톡조차도 귀찮아 하는 친구들이었기에 드문 연락에도 전혀 서운함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늘 서로의 연락 빈도를 잘 이해하는 절친이었다.
참 이상한 건 20대 후반부터 사춘기 비슷한 것이 온 건지, 갑자기 친구들이랑 몰려 다녀보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시덥잖은 대화를 하는 술자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랑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눠보고 싶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이제 깨달은 듯 하다. 특히 대학 내내 같은 학과 친구들과만 어울릴 수 밖에 없었던 환경에 놓여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타전공 사람들을 만나보니 너무 새로웠다. 그 동안 모노크롬에 살다가 처음으로 색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사람들과 더 어울려보자.
한없이 개인주의자였던 나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동안 내게 목표란 건 '혼자' 이루는 것들 뿐이었다. 운동을 일주일에 몇 번 한다던가, 얼만큼씩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딴다던가 하는 것들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20대 초반에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20대 후반에 들어 이런 목표를 세운다던데 나는 엇박자로 인생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이른 나이부터 나홀로 인생 여정을 그렇게나 즐기다가 이제서야 또래 친구를 찾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한국에 살다보니 친구가 되려면 나이가 참 중요하다. 나는 나이 차이와 상관 없이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남들은 아닐 수도 있다. 이제 학생이 아니고 직장인이다보니 시간도 서로 잘 맞아야 한다. 친구 하나 만드는 게 운명의 배우자라도 찾듯이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고, 거기에 마음과 성향까지 맞아야 하듯이 어려워졌다. 20대 후반에 친구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진작에 좀 더 노력할걸 이라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런 생각이 들면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조심스레 카톡 하나 날려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하나 같이 어색함이 감도는 경우가 더 많다. 친구 같은 지인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절친했던 이들에게 연락을 해도 이제는 가족, 애인, 직장, 개인시간이 더 우선이다. 갈 길 잃은 연락만이 허공을 맴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다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 찾기도 노력을 해야만 하는 나이로 접어들었다면 노력해야지 어쩌겠나. 내가 근성과 노력 하나는 어디 가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해봐야지. 다 부딪혀보고 그 때 가서 후회할 게 있어도 있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