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집착이 심해질 수 있다.
90년대에 비해 아들 선호가 덜해진 건 맞는 것 같다. 오히려 딸을 원하는 가정이 있기도 하다. 한편 윗세대는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면서 은근히 아들을 선호할 때가 있다. 특히 부자관계보다 모자관계는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깝도록 끈끈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성부모보다 이성부모와의 관계가 끈끈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정신분석학에서 설명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를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성부모에 대한 성적 애착과 동성부모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는 복합감정이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로마신화 속 인물로, 테바이의 왕자였다.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산에 버려지게 된다. 하지만 목동에게 발견되어 간신히 살아남아 이웃나라의 왕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비극적인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두 눈을 빼고 방랑하게 된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은 자아가 발달하는 유아기에 이성부모를 향한 과도한 애착을 신화를 통해 설명한다. 오이디푸스처럼 3-5세 아이가 이성부모를 동성부모로부터 차지하려고 하는 경쟁심리를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엄마가 아들에게 집착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 환경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심리상담학에서는 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집착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를 든다. 그렇다면 남편과의 관계와 아들을 향한 집착 간 연관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가정 내 애착관계의 쏠림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
가족 안에서도 구성원을 향한 애정은 상황에 따라 달리 분배된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부부 둘만의 관계만 있었다면 아이가 태어난 뒤 부부는 육아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때, 아내는 남편을 향한 에너지가 아이에게로 향하게 된다. 남편도 아이에게 에너지를 쏟게 되면서 부부는 육아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한 신생아 시기를 지나 영유아기, 학령기가 되면서, 아이도 점차 독립을 준비하게 된다. 그에 따라 부부도 둘만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때 사별하거나 이혼으로 배우자의 공백이 생기게 되면, 부모 한쪽은 자녀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된다. 또 부부가 정서적 이혼 상태이거나 고질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면 가정에 쏟는 에너지가 자연스레 자녀에게 몰리게 된다.
아들을 향한 시어머니의 집착이 높은 건 시대적인 배경도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 게 며느리의 과제처럼 여겨지곤 했었다. 아들을 낳아 시어른께 인정받은 경험을 가진 시어머니도 있을 것이다. 시대적 환경에 의해 아들을 향한 시어머니의 애착이 커지곤 한다. 여기에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했다면 시어머니는 아이만을 바라보며 가정생활을 해오셨을 수도 있다. 가정생활에 쏟는 에너지가 균형적으로 남편과 아이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몰리게 되면서 불균형적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즉 부부관계의 공백으로 인해 자녀에게 과도한 애착을 갖게 되고 시대적인 배경에 의해 자녀 중 아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쏠리게 되면서 집착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 더욱이 아들이 평생을 함께한 반쪽을 만나 독립했을 때, 일반적인 가정보다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며느리에게 아들을 뺏긴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 시어머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듯이, 출가한 아들을 그리워하고 의도치 않게 집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자녀를 향한 집착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아들을 향한 시어머니의 집착을 해결하고 싶다면 시부모님 두 분간의 관계 회복을 돕는 것도 방법이다. 시어머니께서 시아버지와의 관계가 돈독해진다면 상대적으로 아들을 향한 애착의 정도가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외식 혹은 여행과 같이 시부모님의 데이트 자리를 마련해드리거나 어머니의 고민상담을 경청하는 등 어머니의 상처 치유를 돕는 것이다.
아들에게 집착적인 시어머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시부모님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에 대해 모른 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상황을 시댁의 원인으로 돌려버리고 탓하게 된다면 해결은커녕 고부갈등도 심해질 것이다. 아들에게 집착적인 시어머니를 미워하기보다는 가정생활의 어려움이 컸던 시어머니를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행복한 가족생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가족이 다복해지기 위해 시어머니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시부모님 두 분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한 시어머니께 부부상담을 추천드리는 것도 해결방법이다. 또한 며느리와 아들도 부부상담을 받는다면, 고부간, 원가족 간 갈등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