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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의 사기꾼 Jan 04. 2021

언젠가는 반려동물과 이별해야 해요

반려동물과 평생 함께 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는 반려동물과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단다.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지만 이별을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해. 그건 바로 매일 매일 반려동물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며 사는 거야. (<어린이 동산> 11월호)


개와 고양이는 보통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0살에서 15살, 아무리 오래 살아도 20살 정도까지 살 수 있단다. 우리 친구들이 3학년 때 한 살짜리 강아지와 가족이 되었다면, 대학생이 되면 강아지가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이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사실은 그럴 수 없단다. 

오늘은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이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해. 가족이 되어 함께 먹고, 자고,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에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질 거야. 10년이나 20년이라는 시간도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헤어진다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되지. 그리고 ‘죽음’은 항상 갑작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다는 것도 쉽지 않단다. 


15년을 함께한 나의 가족, 짜르


나의 첫 반려동물 ‘짜르’는 8개월쯤 됐을 때 우리 가족이 되었어. 개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정말 많이 헤매곤 했지. 하지만 짜르는 그런 나를 이해하고 받아줬고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짜르가 10살쯤 되었을 때, 몸 여기저기에 아픈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방광에 결석이 생기는 병에 걸렸고, 뒷다리의 관절이 빠지는 슬개골 탈구 증상이 나타났지. 그리고 심장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어. 상태가 더 나빠지면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짜르는 늘 그렇듯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잤어.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거든. 그냥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몸이 늙어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 

그리고 14살이 된 어느 날, 짜르의 호흡이 이상했어. 갑자기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거야. 평소와는 너무 달라 보여서 응급병원으로 달려갔어. 짜르는 이날 첫 번째 고비를 맞이했어. 수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고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어.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조금 전까지 저랑 잘 놀고 밥도 잘 먹었는데 짜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짜르는 천천히 심장병이 악화되고 있었던 거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짜르의 심장은 기능이 점점 약해져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결국 합병증이 생기고 폐에 물이 차올라서 숨 쉬기가 어려워진 거지. 다행히 수의사 선생님이 밤새 짜르를 돌보고 치료해주셔서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어. 하지만 그 후 1년 동안 짜르는 여러 번 기절했다가 겨우 다시 살아나는 위험한 순간을 자주 겪게 됐어. 그리고 어느 날, 짜르는 힘없이 쓰러졌고 다시 깨어나지 못했단다. 


짜르의 유골함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단다. 짜르가 외롭지 않도록,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귀여운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두었지.


15년을 함께 숨 쉬고, 먹고, 자고, 놀았던 가족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웠어. 병원에서 선생님이 짜르에게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에도 나는 짜르가 곧 다시 일어나 내게 안길 거라고 믿었어. 선생님이 곧 살려주실 거야. 짜르는 다시 일어날 거야. 

그런데 짜르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 있었어. 짜르의 몸에 손을 얹어보니 어찌나 차갑던지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단다. 짜르의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거야. 수의사 선생님의 노력과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할 때가 된 거지. 

짜르와 헤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 그냥 머릿속으로만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오겠거니 생각만 했을 뿐,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던 거야. 나는 짜르가 떠났다는 슬픔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회사도 가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며칠 동안 차갑게 식은 짜르를 부둥켜 안은 채 울기만 했단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은 너무 힘들고 괴로웠어. ‘내가 그때 이렇게 했다면, 내가 그때 저렇게 했다면, 짜르가 좀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렸지.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고, 내가 짜르를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어. 매일 짜르에게 울며 말했지. “내가 잘못했어. 제발 다시 돌아와줘.” 


지금도 책상 옆에서 늘 짜르가 나를 지켜보고 있어.


짜르를 마음으로 완전히 보내주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 줄은 몰랐어. 그 이후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 전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됐어. 언젠가는 이 친구와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보살펴줄 자신이 있는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 

물론 헤어지는 것이 힘드니까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야.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언젠가 그 생명을 다하게 되고, 우리는 결국 헤어지게 될 거야. 행복한 순간에는 이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무심해질 수도 있어. 산책을 내일로 미루고, 건강검진을 내년으로 미루고, 사소한 것들을 다음으로 미루면, 어느 날 갑자기 반려동물은 예고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버릴 거야.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하자.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온다 해도 그동안 잘 살았다고,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었다고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는 가족이 되기로 하자.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기 전에, 우리 꼭 이 약속을 기억하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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