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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의 사기꾼 Jul 16. 2021

너는 말을 못 하니까 내가 할게

동물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저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돌보면서 지역의 동물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정회원 단톡방에 신규회원이 입회했습니다. 그분은 며칠 단톡방 대화에 참여하더니 대뜸 “이 단체는 왜 구조를 하지 않느냐”고 따져물었습니다. 이 단체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개선 홍보활동과 동물 정책 수립을 위한 민관 협의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설립 취지를 설명드렸으나, 길고양이 구조 활동을 해오던 그분의 눈에는 그것이 한가한 소리나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당장 눈앞에서 동물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정책이며 인식개선이 무슨 소용이냐며 동물을 구조하지 않는 동물단체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나가버렸습니다.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동안 생업이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활동하던 회원들이 ‘너희는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 것에 무척 속이 상했습니다. 그분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학대당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숭고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개인이 생업에 치이며 통장을 털어 허리띠 졸라가며 구조하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자 했던 움직임이 이토록 간단히 무시당한 데 대해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때 동물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물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일의 형태가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그 일들은 결코 별개의 일이 아니며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동물권을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모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자주 다툼이 일어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각자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활동 영역이 달라서 그들끼리 서로 충돌하고 반목하며 이탈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모두가 동물을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일생을 바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동네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작은 일부터 동물권 운동을 조직하는 일, 구조와 보호를 주도하는 일, 정책과 법을 만드는 일, 수의학 지식을 제공하고 실천하는 일, 생태 전반을 연구하며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일 등을 각자의 위치에서 해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인간 중심 사회에서 말 못하는 동물들을 대신해 그들의 생존을 돕고 생태를 보호하며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동물들을 대신해 여러 활동을 하는 '인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분들을 만나 인간의 이야기, 그리고 동물들의 이야기를 구석구석 다양한 곳에서 끌어올려보려고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서로의 활동 영역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에게는 동물권을 이해하고,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멋진 일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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