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Feb 26. 2024

동시에 동시해- 안진영 동시들

인어공주 엄마


외할머니랑 잘 때

어느 날 들었던 이야기는

인어공주 이야기


옛날 한 바닷가에서

살랑살랑 헤엄치던 다리로

사뿐사뿐 걸어 집으로 들어가는

처녀 적 외할머니를 보고,

여자 사람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한

인어공주가 있었다지


바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선물해 주고

기어이 할머니 배 속으로 들어오는 길을

알아낸 인어공주

꿈꾸던 대로 여자 사람으로 태어나

할머니랑 달콩달콩 살게 되었다지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는 사이

같은 마을 총각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목소리가 없어 마음에 꼭꼭

그 사랑을 숨기고만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총각이 결혼을 하자 했네


결혼하고 어느 날 꿈에

바다 마녀가 나타나 말했다지


바다에 사는 마녀한테

목소리는 필요 없더라고,

그래 다시 돌려줄 테니

열 달만 기다리라고


33년 동안 호리병 속에 꼭꼭

가둬 둔 목소리, 씻고 다듬어

태초의 소리로 만드는데

적어도 열 달은 걸린다 했지


드디어 열 달 뒤


바다 마녀가 인어공주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기 한 그 역사적인 순간에

응애, 하고


내가 태어난 거래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가지고


 


 


 

 


가시 먹는 법


가시?


그냥 씹어


잘근잘근


죽이 될 때까지


오늘 내가 들은 말 중에

날 속상하게 만든 말이 있으면

그것도 같이 씹어


잘근잘근 씹어 줘


그 말이 나를 찌르지 못하게


너무 크면?


뱉어 버리지


퉤!


퉤!


 


 


 


어떤 가위바위보


난 가위 낼게

넌 힘을 내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