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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Mar 07. 2024

아이고! 허리야

지난주 허리 디스크 때문에 MRI 검사를 했다. 실비 청구를 위해 하루를 입원까지 해야 했다. 몇 달 전부터 통증이 있었는데 CT 촬영을 해봤지만 내 나이에 있을 정도라는 소견을 받았다. 어이없게도 MRI 검사도 같았다. 디스크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니라는 거였다. 나는 허리가 먹통이 된 듯이 꼼짝을 못 하겠는데 말이다. 허리 쪽으로 집중적으로 주사를 열 방 정도 맞았다. 주삿바늘로 찌릿하게 아팠지만 금세 통증이 사라졌다. 무슨 주사인지 단숨에 통증을 잠재웠다. 이런 식의 주사가 그렇듯 시간이 지나니 슬슬 통증은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참 기분 나쁜 통증!


내 책이 생각보다 늦었던 원인 중 하나가 편집장의 디스크 수술이었다. 결국 손을 털고 다른 편집장에게 넘어갔다. 그때까지도 얼마나 심한 고통인지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오고 그림작가의 인스타로 내 책을 홍보하는 게시글을 읽게 되었다. 내친김에 작가의 다른 글도 읽었는데 디스크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는 사연을 접했다. 그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자신을 괴롭혔다는 거였다.


가장 가깝게 딸이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딸은 똑 부러지는 성격이다. 어딜 가든 일 잘한다는 칭찬을 받는 데는 몸을 사리지 않는 딸의 일 처리 방식 때문이다. 그렇게 길들인 방식은 캐나다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나보다. 토론토 스타벅스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최우수사원상이 그 증거다. 집에 돌아와서 드디어 디스크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내 몸이 아픈 게 아니니 여러 번 통증을 호소해도 에미는 그 정도를 체감하지 못했다. 의자가 아니면 안 앉는다고 고집을 피우고 이래도 아프고 저래도 아프다고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허리 통증이라는 게 그렇다. 남 보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통증을 호소해서 종종 오해받기 십상이다.


내가 허리에 고장이 나고 보니 딸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데면데면 대하는 엄마의 눈빛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플수록 딸에게 미안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통증을 겪었다니, 그걸 엄마가 몰라줬다니...

나는 지금도 살짝 통증을 느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래 책상에 앉기가 어렵다. 등받이를 사려고 하다가 임시방편으로 모포 등받이를 만들었다. 어제부터 하루 한 편을 올리자는 계획을 세워서 숙제 삼아 올린다. 하필 좋은 날 다 보내고 투병?중에 이러고 있을까. 나도 참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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