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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리 Aug 30. 2016

08_엠핑, 잠무, 가믈란

주로 오전에 사원 청소를 하고, 기온이 높게 올라가는 오후에는 다른 활동들을 했다.


우리의 숙소가 있었던 마을 안에는 인도네시아 전통 과자인 엠핑(Emping)과 전통 음료인 잠무(Jamu)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집들과, 전통 음악인 가믈란(Gamelan)을 배워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엠핑
인도네시아 국민 과자 엠핑

엠핑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의 크래커였다. 땅콩으로 만들었고, 맛은 달지 않고 살짝 썼다. 마트에서는 설탕이나 소금 등을 첨가한 것들을 팔기도 해 기호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엠핑 만들기: 쉬운 듯 보였지만 어려웠다.

엠핑을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먼저 땅콩을 달궈진 프라이팬에 볶은 후, 바로 종이 호일을 깐 판에 땅콩 여러 개를 차례대로 올려 절굿공이로 빻아 둥근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햇볕에 하루 종일 말린다. 


잠무

방법은 간단했지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우선 땅콩을 센 불에 볶고 바로 손으로 집은 후 빻아야 했기 때문에 무척 뜨거웠다. 절굿공이도 무거워서 둥글게 모양을 내거나 똑같은 두께로 만들기 어려웠다. 사실 단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엔 엠핑이 맛있진 않았다. 그러나 어린아이 간식용으로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잠무를 오토바이에 싣고 파시던 아주머니. 우리나라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잠무는 인도네시아 전통 음료로 주로 허브와 각종 뿌리, 나무껍질, 꽃, 씨앗, 과일 등을 끓여 만든 것이다. 약으로 쓰이며, 홍삼차나 생강차와 느낌이 비슷했다. 잠무는 인도네시아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지만 족자카르타와 같은 자바(Java) 지역에서 특히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자바인 여자들이 잠무를 담은 병을 대나무 바구니에 가득 채워, 등에 메고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에게 잠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아주머니처럼 오토바이에 잠무를 담은 병을 싣고 팔고 있다. 


잠무를 마시면 힘이 나고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에 꼭 아플 때만 마시는 음료가 아니었다. 맛은 생강맛이 강했고, 되직한 느낌이었다. 향이 강했고, 썼다. 넣는 재료에 의해 맛이 달랐고, 꿀을 넣은 잠무는 입맛에 맞았다.


가믈란

가믈란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악이다. 마을에는 가믈란을 연습하는 공간이 별도로 있었다. 마을 주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1대 1로 지도를 해주셨다. 나를 가르쳐 주셨던 할머니께서는 내가 틀려도 계속 칭찬을 해주셨다. 감사했다. 

실로폰처럼 생겼고, 소리도 실로폰과 비슷했다. 악보에는 숫자가 적혀 있는 데 적힌 숫자대로 치면 되었다. 

가믈란을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로폰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소리도 실로폰과 비슷했다. 크기가 클수록 음이 낮았다. 악기에는 음높이에 따라 번호가 새겨져있었다. 지휘자 할아버지께서 가르키는 숫자대로 치면 됐다. 하나도 어렵지 않았지만 살짝 딴 생각을 하면 바로 틀렸다. 멜로디는 중독성이 강해서 우리는 한동안 가믈란 멜로디를 중얼 중얼거렸다.

밝은 듯 약간은 슬픈 멜로디였다.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멋졌다. 악기를 연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노인분들이셨는 데 우리의 방문이 즐거우셨는 지 한번 더 와줄 것을 부탁하셨다. 

멋진 지휘자 할아버지와. 지휘봉 그리고 악보. 아래 보이는 악기가 가장 어려웠다.

한번 더 방문했을 때 지휘자 할아버지께선 머리를 깔끔하게 빗고 오셨다. 항상 정갈하게 머리를 빗으셨던 우리 외할아버지가 생각이 나 살짝 울컥했다. 캠프 기간 동안 가믈란을 배웠던 시간이 가장 따듯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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