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아부지의 메시지
먹는 거, 자는 거, 씻는 거 등이 한국과, 내가 살았던 환경과 너무 달라서 2~3일째 되었을 때 진지하게 도망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가족 단체 카톡방에 힘들다 말했더니 아빠께 메시지가 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더니 혜리 네가 그 모습이다"
정말 나는 고생을 사서 했다. WHV는 무료 봉사 프로그램이 아니다. 항공권부터 캠프 참가비용, 캠프 기간동안 생활비 등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3달 동안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을 하며 번 돈이 모두 캠프 참가 비용으로 들어갔다. 정말 내가 왜 돈을 주고 이런 고생을 할까 싶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주일이 딱 넘어가자 마치 고장난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잘먹고! 잘자고! 잘씻고! 화장실도 잘 가게 되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캠프가 막 끝났을 때 아쉽다거나 너무 짧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때까지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캠프가 끝난 지 3주가 지난 지금은 왜 그런 말이 있는 지 알 것도 같다. 내게 고생이었던 2주간의 봉사활동으로 얻은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말도 정확하게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과 함께 먹고 자며, 세계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한다는 목표로 일련의 활동을 경험하면서 나는 단단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된 부분이 많았다.
"우선 나는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강했다. 힘이 셌고. 또 잘 웃었다. 사교적이었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고, 웬만하면 부끄럼을 타지 않았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적응하면 금세 편안함을 느꼈다. 더위을 잘 참았고, 차가운 물에도 잘 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내게 익숙한 것만 먹었다. 아이들을 좋아했고, 개미를 싫어했다.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고, 처음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한번쯤은 완전히 낯선 고생 속으로 스스로 걸어가보는 것도 젊음의 특권인 것 같다. '나는 절대 못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을 낯선 곳에서, 나는 할 수 있었다. 이런 낯선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