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리 Aug 30. 2016

10_아이들과 함께

일일교사되어보기, 한국 전통게임하기, 연극하기

6학년 교실 안 아이들.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게 하교해서 살짝.. 화가 났던 것 같다.

플라오산 사원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한학년에 한반 밖에 없는 작은 학교였다. 원래 너무 가깝고 편하면 그것이 얼마나 귀한 지 쉽게 잊기 마련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플라오산 사원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라 플라오산 사원에 쓰레기도 버리고, 가끔 사원을 훼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사원을 청소하고, 연극 공연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왜 플라오산 사원이 소중한 지, 아름다운 플라오산 사원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등을 알려주었다. 우린 잠시 이곳에 머물 뿐이지만 이 아이들은 플라오산 사원을 위해 훨씬 더 긴 시간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기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초등학교 아이들과는 3일을 함께 했다. 첫째날은 먼저 아이들과 친해져야 했기에 4학년, 5학년, 6학년 인원을 나눠 일일교사가 되었다. 나는 6학년 반을 맡았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렉시오, 현지인 참가자인 피타와 하닌과 같은 반이었다. 아이들에게 나의 소개를 하고, 영어와 한국어, 이탈리아어를 가르쳐 주었다. 주로 단어를 가르쳤는 데, 우선 단어를 알려준 후 단어와 관련된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기 전 칠판에 적었던 것을 공책에 보고 적게 했다. 적으라는 말이 끝나자 마자 빠르게 보고 적는 모습을 보면서 인도네시아도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강의식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가면 나도 저렇게 열심히 공부해야지' 조금 자극도 받았다.:)


처음에는 대답도 작게 하고 소극적이었는 데 역시 게임을 하니까 재밌어 하는 것 같았다. 교실 안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다. 피타는 도시에 있는 학교에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는 데 여긴 시골학교여서 없는 것이라고 했다. 날씨가 더워서 학교에서는 수업을 일찍 시작하고 12시 전에 일찍 마쳤다.


아이들과 함께 한 둘쨋날에는 함께 플라오산 사원에 가서 사원을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은 조그맣한 손으로 쓱싹 쓱싹 열심히 이끼와 곰팡이를 닦아냈다. 정말 귀여웠다. 아이들이 꼭 이 아름다운 사원에 대해 자긍심을 갖길 바랐다. 


청소가 끝나고 아이들과 사원 안 잔디밭에서 게임을 했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날 저녁, 비아는 아이들과 어떤 한국의 전통 게임을 할 지 물어봤다. 나는 '동대문을 열어라'와 '꼬리잡기'를 소개했다. 숙소 안에서 우리끼리 이 두 게임을 해봤는 데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도 굉장히 즐거워 했는 데 꼬리잡기를 하다가 여자애 두명이 넘어져 울었다.. 게임이 좀 아이들에게 과격했나보다.

'동대문을 열어라' 노래 연습 
꼬리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을 섞어서 게임을 했더니 부상자가 속출했다..;;

일일 선생님으로서의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 앞에서 연극을 했다. 제목은 안대 안대 르뭇(Ande-Ande Lumt)이었다. 연극의 줄거리는 신데렐라와 비슷했다. 

신데렐라와 같은 인물이 쿤닝(Kuning)인 데 위로 언니가 다섯명있다. 자매들 중 가장 착하고 제일 이쁘다. 쿤닝의 언니들은 '안대 왕자'가 신붓감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안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쿤닝은 빼고. 안대에게 가던 중 큰 강을 만나고, 도깨비가 나타나서 강을 건너게 해줄 테니 뽀뽀를 해달라고 한다. 쿤닝의 언니들은 뽀뽀를 해준다. 도깨비에게 뽀뽀를 해준 덕분에 강을 건넌 언니들은 결국 안대를 만나지만 도깨비와의 뽀뽀로 언니들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게 된다. 안대는 언니들을 문전박대한다. 한편 언니들보다 늦게 출발한 쿤닝은, 언니들과 마찬가지로 큰 강을 만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데 도깨비가 나타난다. 쿤닝은 도깨비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도깨비가 사라지고 혼자 남은 쿤닝은 울음을 터트린다. 그 때 요정이 나타나 쿤닝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쿤닝은 강을 건너 안대를 만나고 안대와 결혼한다.

사전에 전통옷을 입는 다는 얘기는 들어서 아 전통옷 입고 하면 되는 구나, 했는 데 메이크업을 해주시는 분들이 오셔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해주셨다. 전통옷까지 입자 현지인 친구들은 나보고 진짜 인도네시아 사람같다고 했다. 거울을 보고 정말 깜짝놀랐다. 당황스러웠다. 딴 사람인 줄 알았다.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냈더니 완전히 동남아 사람같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정말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생전 처음으로 연극도 해보고 그것도 인도네시아어로!

알렉시오(검정옷)가 안대, 왕관을 쓴 제랄딘이 요정, 노란옷을 입은 나, 내가 쿤닝이었다. 

인도네시아 전통옷도 입어보고! 화장도, 머리도! 언제 이렇게 해보겠나!

매거진의 이전글 09_인도네시아어 배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