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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보우 Aug 09. 2023

'너 T야?'말의 뜻과 T특징 명쾌한 분석

mbti 중 T와 F의 차이, 그 해결책


민보우 드로잉 @nofearbow


'이 새끼가 진짜?' - 부러운 T의 성향


상처받는 말을 들었을 때, mbti 중 F(감정형)는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하고 T(사고형)은 '이 새끼가 진짜?'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T가 부러웠다. 상대의 반응에 영향을 덜 받는 타입이라서. 반대로 나는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에도 깊은 자기 성찰에 빠진다. 상대한테 팩폭이라도 하면 내가 잠을 못잔다. 그래서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강철멘털로 우월해 보인다.  

T들에게 도저히 적응안되는 것도 있다. 무슨 말에도 맞장구치지 않는 무표정이다. 듣고 있는 건지 아닌지. 더 말을 해도 되는 건지 아닌지. 암묵적 동의가 형성되지 않는다. 아, 세상에 반 이상이나 되는 이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T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너 혹시 T야?'


여기서 T는 '공감 안되고 사실만 말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이 문장의 뜻을 직역하면 '넌 왜 공감력이 없어?'이다.

T(사고형, Thinking)는 mbti 유형 중 세 번째 속성인 의사 결정 지표(판단기능)를 을 가리키는 말로 결정을 내릴 때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정 내리느냐가 기준이 된다. T유형은 논리적, 분석적,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는 분석적 유형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옳고 그름에 따른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상대적 성향은 F(감정형, Feeling)이다. 감정형의 특징은 관계지향적이다. 결정을 내릴 때 관계를 참작해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고 감정적이기보다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이다. 관계 속에서 협응하고 결정 내리는 것을 선호한다.


왜 T는 현재 유행어에 대표주자가 됐을까?


T는 특정한 태도로 상대에게 상처를 잘 주는 유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기분과는 상관없는 표정과 말투, 말 내용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의도적으로 주는 상처가 아니라 태도가 불러오는 오해의 부분이다. 도대체 T유형은 어떤 말을 하길래, 어떤 태도를 보이길래. 밈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이 주제에 관한 나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보우대학 연구팀인 나의 견해와 각종 매체, 몇 명의 지인을 인터뷰한 내용이므로 객관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디테일과 진정성을 갖춘 연구임을 밝혀둔다.


F입장에서 바라본 T의 특이점


'보고 싶어 빨리 와'에 대한 극과 극의 대답 


연인과 약속이 있는데 차가 막혀서 도로에 갇힌 상황. 연인에게서 이런 문자가 온다면 F는 '보고 싶다'가 먼저 보이고 T는 '빨리 와'가 먼저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F의 대답은 '나도 보고 싶어. 최대한 빨리 갈게.'이고 T의 대답은 '지금 빨리 못 가는데'라고 한다. '최대한 빨리 갈게'도 꽉 막힌 도로에서는 거짓말일 수 있으므로. 여기서 F는 T에 반응이 차갑다고 느낀다. 빨리 못 오는 상황을 몰라서가 아니라 빨리 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 줬으면 하기 때문이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T들은 사실을 중요시 여기는 특성상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하는 시간이 문제 해결 시간만 지연시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T에겐 사과(감정)보단 해결(사실)이 우선이다. 미안할 일을 만들었으면 미안하다고 말로 때우지 말고 그 시간에 해결하고자 노력하라는 의미이다. 내가 청소를 안 해놔서 상대가 화가 났으면, ‘화가 났네. 어서 청소를 해야겠다’라는 로직이다. 어떤 면에선 맞는 말이다. 하지만 F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미안할 일을 당했으니 먼저 사과 혹은 감정 읽기부터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무런 언급도 없는 태도는 무례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랑하니까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지?' 


F에게 그 질문은 '나를 얼마큼 사랑하냐?'의 예시의문문 같은 것이고 T는 '별을 어떻게 따다 줘? 왜 나한테 거짓말시키지?'라는 생각에 '별은 따고 붙이고 하는 게 아니야'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올 수 있다. 그러면 F는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야?' T는 '사랑을 꼭 확인해야 해?'로 이어지는 무한 굴레에 빠진다.  



넌 이해불가야 - T와 F의 평행선 대립


누가 몰라서 그래? - 상처받은 F들의 공통된 생각


'말 한마디하는데 돈이 들어, 시간이 들어? 아프면 병원 가는 거 누가 몰라서 아프다고 얘기하는 줄 알아.'

F에게 대화는 서로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수단이다. 아프단 말은 의사한테 가서 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다. 하지만 T는 그걸 꼭 짚어서 말한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어떠한 대화도 F들에게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소통이다. 하지만 T들에게는 다르다. 사실 관계,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대화를 한다. "시험 종류는 뭐였어? 그 식당엔 메뉴가 뭐야?" 이런 사실적인 질문들이 T에겐 관심이고 애정이다.

F가 바라는 감정의 소통은 T에게는 당연한 것 아니라 상대가 원하니까 해줘야 하는 하나의 일(to do)로 인식되기 때문에 귀찮은 일을 억지로 한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왜 징징거려? 왜 기대려고 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F가 왜 공감이 필요한지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심지어는 타격도 입지 않는다. 억울한 건 F뿐이다.


누굴 로봇인 줄 아나. - T들의 반란


T들도 감정이 있다. 우리도 슬플 때가 있고, 울기도 한다. 사이보그처럼 감정도 없는 냉혈한에 비유하는 건 거북스럽다.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데 F들만의 기준으로 판단해서 재단하는 건 억울하다. T들의 처절한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을 죽어라 하는 쪽은 우리다. F가 징징거리는 거 다 받아주고 현실 해결을 정신없이 하고 오면 또 서운하다고 징징댄다. 매일 확인시켜줘야 하는 감정의 소비로 에너지 낭비가 너무 심하다. 도대체 자기감정을 누구보고 책임지라는 거야. F는 회사에 일을 하자는 건지 놀러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감정 공유가 중요하면 회사 오지 말고 친구 만들러 다른 데나 가지.


T와 F의 대척점, 그 해결책은?


T와 F는 같은 자극에 대한 해석이 전혀 다른만큼 서로의 속마음까지 이해하는 건 어렵다(쉽지 않다가 아니다. 분명히 어렵다). 짐작하고 그러려니 하고 넘길 뿐이다. 나의 마음에 빗대어 너를 이해하는 게 통하지 않는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절반이 T이고 F라면 다른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가질 때 조금 더 넓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상대를 그리고 자기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사회화와 상대성이다.


너 T야? 큐티, 프리티! - T의 사회화


mbti를 웬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사회화된 T라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T의 사회화란 ‘이성적으론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상대가 원하는 반응을 교과서처럼 학습하여 반응해주는 것’을 말한다. 대화에는 추임새를 넣어야 한다라거나 이유 없이 슬퍼도 위로를 해줘야 한다 등의 매뉴얼이다. 사회에 기대에 맞춘 T의 페르소나(사회생활에 필요한 외적 인격)라고 할 수 있다. 페르소나의 개념을 처음 만든 칼 융은 '페르소나는 진실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 아니라 본래의 자아가 외부세계와의 관계를 맺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가정에서 직업인으로서 연인으로써 각자 역할에 맞춰 요구되는 기대치가 있고 그것들을 해내기 위해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게 된다. T도 마냥 자기 모습만을 고수 할 게 아니라 적당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매끄러운 삶을 위한 필요이다. F도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에서 감정보다는 이성을 써서 페르소나를 가지고 일을 해나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 성격의 상대성


상대성은 당신은 영원한 T도 F도 아니란 것이다. 성격이란 것은 유형으로 분류할 순 있지만 여러 가지를 담을 수도 있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슬라임(물컹물컹한 액체 장난감) 같은 것이다.

T와 T끼리 만나면 한 명은 상대적으로 F의 기질을 띤다. F와 F가 만나도 한 명은 '너 T야?'라는 말을 들을 수가 있다. 실제로 난 F성향이 많지만 ‘너 T야?’를 들은 적 있다. 친구와 얘기 중에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 얘기를 할 때 내가 '그 가수는 예쁜데 안타깝게 노래가 별로야.'라고 했더니 친구가 나한테 바로 '너 T야?'라고 했다. 당해보니 '아니 난 그 말이 아니고..' 자꾸 나의 주장을 설명하게 된다. '아 진짜? 그 가수 진짜 좋지?' 아마 이게 원하는 정답이었던 것 같다. F는 자신이 짜놓은 각본대로 F라이팅을 하기 위해서 대답을 강요하고 원하는 대답을 못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서운해하는 걸까.


'너 T야?'가 가져야 하는 진짜 의미


앞서 살펴본 T의 특이점 중에 상대의 감정을 읽기보단 사실에 맞춰 반응하는 성향이 상대에겐 내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F로써의 청자가 이런 서운함을 공통적으로 겪다 보니 다수의 공감대 가 형성되어 이런 유행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리라. 각자 억울해하는 F와 T의 입장을 살펴보면서 이 말이 어느 한 유형을 매도하는 말로 쓰이기보다는 누구가 됐던  '네 말만 하지 말고 내 마음을 좀 알아줘’라는 소통의 핵심을 파악하는 말이 되었으면 한다. 같은 자리에 있지만 상대에게 귀를 열고 있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가득 찬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민보우 브런치 글 `내가 말이 없어진 이유` 중에서



급하게 달려가는 마음을 멈추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모두 지우고

그저 너를 지켜보는 시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에 들떠있는지


판단하지 않고

온전히 너로 채우는 시간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새로움을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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