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기자의 삶
내가 스위스로 나가 살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은 내게 "유튜브를 운영해 보라"고 조언해준다.
아무나 살기 힘든 나라인 만큼
생활 모습을 찍어 올리면
꽤나 유니크한 채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나 역시, 충분히 영상으로 나의 스위스 인생을 기록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 동료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멋진 채널명을 네이밍해
하나의 채널을 만들어 놨다.
(아직 영상은 하나도 올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ㅎㅎ)
그렇게 출국을 2주일 여 남겨놓은 어느 날
남편에게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자
남편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넌 영상보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
이 한 마디가 어찌나 나의 뇌리를 '띵' 울렸는지 모른다.
그렇다.
난 기본적으로 영상보다 글이 좋은 사람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읽는데 만족이 되지 않고
내 글을 쓰고 싶어져
늘 노트북을 펼쳐드느라 책을 끝까지 못 읽는 경우도 다반사.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그 누구보다 강렬해서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출판하고자 하는
꿈이 있는 여자.
늘 습작 중인 소설 파일이
노트북 바탕화면 한 켠을 차지하고 있고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늘 자판을 두드리며 스스로를 다스린다.
그런 내가,
단지 대세가 '유튜브'라는 이유로
유튜브를 멋드러지게 운영해보고자 한다는 건
내게 전혀 어울리지도 않은 옷을
최신 트렌드라는 이유로 입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남편은 내게 이어 말했다.
"차라리 지금 하는 브런치나 블로그를 꾸준히 잘 운영해 봐"
"유튜브를 하는 것보다 그게 너에겐 뭔가 더 잘 어울려. 그리고 더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맞는 말이다.
방송기자로 살아온 세월에 의해
내 자신이 '영상'에 익숙해졌다는 자만심이 얹어지며
내 본질을 잊고 있었다.
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다.
스위스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많은 것들을
글로 녹여내고 싶어졌다.
물론 그 때 그 때 영상과 사진도 담아내겠지만,
무엇보다 우선인 건 '글'이다.
분단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중립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는 건
어떤 삶일지.
꾹꾹 나의 필체로 눌러담아
글을 쓰고, 또 써야지.
그게 나다운 일이지.
남편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