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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Feb 06. 2024

영어만 더 잘했어도...

스위스 취리히에서의 일기 2.

사실 난 영어를 그래도

꽤나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했었다.(과거형)


기자를 꿈꾸며,

언젠가 특파원이 되고자 하는 또한 함께 꿨기에


대학생 시절 교통사고 합의금을 가지고

엄빠 몰래 값비싼 고급 영어회화 학원을

1년 6개월 치 선지불하기도 했었다.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매번 외국여행을 떠났고,

회사에서 해외출장 역시 수차례 다녀왔으며,

통역 없이 수많은 외국인들과 인터뷰를 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번외로, 회사에 입사할 때 치렀던

심층면접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토익이나 토플 같은 점수를 위한 영어가 아닌

회화 위주의 영어공부를 한 보람을 느꼈던 사례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회화 실력을 갖추신 선배 한 분이

1:4로 지원자들과 영어 인터뷰를 진행하는 면접이었는데,

상황을 가정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그 여자 선배는

"나는 미국인인데, 최근 북한에 다녀왔다"며

자신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하라고 했었다.


그때 내가 첫 번째 질문자였는데

나름 유창하게 질문을 잘 던졌었나 보다.


훗날 그 선배는 입사한 내게 외국에서 살다왔냐고 물었고,

(토익 점수는 별로 안 높은데 영어 인터뷰 면접 점수가 조에서 가장 높았다고...

그래서 신기했다고 말씀하셨다 ㅋ)


나는 외국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외국인과의 인터뷰를 상상하며

영어회화 공부를 열심히 했노라 답변했었다.


그런 내가 스위스 취리히라는 독일어권 나라에서

첫 해외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뼈저리게 내가 얼마나

영어가 부족한지를 깨닫고 있다.





독일어권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나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영어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덜란드, 러시아, 에스토니아, 미국, 독일, 그리고 영국.


내가 이 나라에 온 뒤 10일 동안 만난

사람들의 국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해야 할지 사실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런 다양한 인종·국적의 사람들과

나는 영어로 2~3시간씩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이미 여러 차례 놓였다.


곧 다가오는 학부모 상담.


영국식 발음을 정확하고 고급지게 구사하시는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도 다가오고 있다.


나는 과연 몇 퍼센트나 정확히 이해하고

답변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


며칠 전, 첫째가 있는 반 친구 엄마 2명과

커피타임을 가졌는데

다행히도 90% 정도는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열심히 답변하고

K-리액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나머지 10%의 대화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답답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당시 모두 비영어권 국가의 엄마들이어서

이해가 더 쉬웠던 것 같고,

미국식 발음을 쓰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영국식 발음으로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상대를 만나면

나의 영어 이해도는 급격히 저하된다.


영어 공부.


평생을 해 왔는데도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모자라다.


그렇다 보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야 할 때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의 두려움은 극에 치닫는다.


영어만 좀 더 잘했더라도.

나의 스위스 생활은 조금 더 자신감이 붙었을 텐데.


스위스 취리히는 워낙 글로벌한 도시다 보니

독일어를 못해도, 웬만한 공공기관 등

대부분의 시민들이 영어를 구사해서

영어만 잘해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물론 조금 시골(?)로 나가면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

점원들이 등장한다…


휴...


영어 단어집과 각종 영어 관련 책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바다 건너 이곳 스위스로 오고 있다.


진짜 하루 1~2시간씩이라도,

아니 그 이상으로

꼬박꼬박 영어 공부에 매진해야겠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알아본

독일어 학원도 2주 뒤면 개강이다.


나의 이곳 생활, 스위스에서의 4년은

앞으로 내가 얼마나 영어 실력을 키우느냐와

독일어로 생활을 얼마나 가능하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언어와의 싸움,

40대를 바라보며 시작하는 이 새로운 싸움의 승자는

반드시 내가 될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해외거주 #영어공부 #독일어공부 #승리는나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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