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업을 위해 알아야 하는 베트남 소비자의 특징
COVID-19로 베트남과 한국 간의 교류가 잠시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에서 투자 및 사업 기회를 활용하여 동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저성장 국면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되어 버린 한국은 베트남처럼 성장성과 시장규모를 갖춘 잠재시장에서 제 2의 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캄보디아 다음으로 높은 경제 성장이 전망되는 국가이다.
베트남 성장성의 직접적인 동력은 외국인직접투자(FDI)이며, 그 결과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여 베트남은 제조국으로서의 매력도 뿐만 아니라 소비시장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제조업의 탈중국화 영향뿐만 아니라, 다자간 FTA 체결 등 베트남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의 결과, 외국인 투자 증대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에 따른 취업률 증가는 베트남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는 선순환을 낳고 있다.
* MAC (Middle and Affluent Class): 중상층 인구
시장규모와 관련하여, 베트남 인구는 2019년 기준 9,642만명으로, 동남아시장에서 인도네시아 (2.7억명), 필리핀(1.1억명)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게다가 질적 측면에서 베트남은 현재, 주요 소비층인 2040 세대의 비중이 가장 많은 인구 황금기에 있다.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0~10세 인구가 가장 많은 단계로, 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여 2040층이 되려면 빨라도 20년 후가 될 것이다. 필리핀 역시 최소 15년은 지나야 한다. 반면 동남아 시장에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태국은 이미 이 단계를 넘어 고령화 단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지금 베트남에 주목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제는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있다. 베트남은 현재 높은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동시에 2040의 매력적인 소비층의 비중이 가장 높은 시기이므로,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성장의 기회를 베트남에서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단순히 과거의 한국의 20~30년 전이라고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20세기 한국과 21세기 베트남은 시장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 정치체제, 지정학적 위치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많은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을 너무 쉽게 보고 진출한 결과, 제대로 베트남을 이해하지 않고 진출했다가 시행착오를 겪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15년간 베트남 사업을 추진하고 베트남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천 과정을 지켜 본 필자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베트남만의 특수성인 베트남의 본질을 이해하라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베트남과 우리가 가진 공통의 특질인 보편성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먼저 베트남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여 베트남 소비자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베트남은 국가를 đất nước 이라고 부른다. đất [덛]은 ‘땅’이란 뜻이고, nước[느억]은 ‘물’이란 뜻이다. 즉 베트남은 국가를 땅의 영역과 물의 영역을 합한 개념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건국 신화를 보아도 베트남은 땅의 여신(어우꺼)과 바다의 왕자(락롱꿘)가 결혼하여 100개의 알을 낳고, 그 중 어우꺼가 육지로 가지고 간 50개 알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아들(훙 브엉)이 만든 나라이다.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의 풀이로 보면 베트남은 땅의 안정성과 물의 융통성을 동시에 가진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kor.theasian.asia/archives/262188
이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유연하게 ‘시장경제’를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은 베트남이 가진 땅의 성질과 물의 성실의 영향이라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 역시 베트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세계 정세를 잘 파악하며 적응한 결과라 하겠다.
đất nước은 땅과 물, 곧 베트남의 자연환경을 뜻하기도 한다. 환경이 인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듯, 베트남의 자연환경은 베트남 사람들의 DNA, 즉 국민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베트남의 자연환경 특징은 남북으로 긴 지형을 들 수 있다. 남부 호치민에서 북부 하노이까지 비행기로 2시간이나 걸린다.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북부, 중부, 남부 지역 모두 다른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민족을 흡수한 결과 54개의 다민족 국가이다. 베트남이라는 영토 안에 다양한 기후와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존하기 위해 포용성을 내재화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는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중국계 베트남인이라도, 베트남에서 오랜 기간 뿌리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들로 인정하고 포용한다.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특징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융합을 통한 창조의 에너지를 가져다 주고 있다. 오랜 기간 다양한 국가와 교류를 하면서 베트남은 무조건 외국 문물을 흡수하지 않고 베트남만의 가치를 담아 새로운 창조를 해 왔다.
아오자이는 중국의 치파오와 프랑스의 코르셋을 결합해 베트남 고유 의상으로 승화한 것이며, 반미(Banh mi) 역시 프랑스의 보 빗 뗏(Bo Bit Tet)을 베트남식으로 변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중부의 후에에 있는 카이딘 황제 묘지는 중국과 유럽의 건축 양식을 결합하여,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화려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히 21세기에는 베트남의 이러한 융합의 창조 에너지가 베트남에 혁신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인터뷰 한 베트남 최초이자 유일의 유니콘 기업인 VNG의 대표 레홍민(Le Hong Minh)도 VNG의 핵심가치에 포용성 (Embracing)을 넣으며 베트남의 IT 산업을 리드해 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jwzv4wccuQ&t=115s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하여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폭우나 태풍 등 자연 재해 발생 빈도가 높고, 정글 속 산짐승의 습격 등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촌락을 형성하여 이웃공동체를 이뤄 기본적인 생필품 조달하는 등 서로 의지하며 살아 왔다. 농번기에는 함께 농사 일을 했고 비농번기에는 유휴 시간을 활용해 수공예품이나 기타 생활용품을 만들어 이웃 공동체에게 판매하며 생활해 왔다.
현재 베트남에 개인 소상공인이 많은 이유는 이러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페이스북이며,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며,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업 활동을 하고 있다. 베트남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 일자리 수는 1.67개라고 할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은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DNA는 최근 베트남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표출되어 다양한 종류의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이웃하고 있어,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효 사상, 과거제도, 한자 등 중국 유교의 영향이 잔존해 있다. 특히 벼농사 문화와 유교가 결합하여 베트남의 가족주의는 매우 강력하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99%는 모두 가족이라도 대답할 정도다.
베트남의 가족주의는 한국의 가족주의와 결이 다르다. 한국에서 가족주의의 개념이 나와 부모님, 또는 나의 자녀들로 영역이 한정되어 있다면, 베트남에서 가족주의는 나와 친척은 물론이고 조상부터 후손까지 훨씬 더 광범위하다. 베트남 여성들이 전쟁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도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후손도 내 가족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독립된 나라를 물러주기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운 것이다.
베트남에서 가족주의가 매우 강하다 보니 이면에는 가족 이외의 관계에는 배타성이 공존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의 미소와 웃음의 이면에는 ‘당신을 좋아해요’라는 뜻이 아니라,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요’라는 뜻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베트남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가족과 같은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존중하고 노력해야 한다.
유교의 영향으로 베트남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 않게 매우 높다. 베트남에서 과거제도는 1919년까지 지속되었으며, 장원급제는 집안을 일으키는 힘이 될 정도였다.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 속에 교육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베트남 부모들 역시 자녀 교육을 위해 매우 지극 정성이다. 위 사진은 자녀 등하교 길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부모들의 오토바이 행렬이다.
베트남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베트남 사람들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현상만 볼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알고 나면 베트남 소비자들을 이해할 수 있고 이들을 위한 현지화 전략에 더욱 더 진정성을 갖출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특질을 이루는 가장 근원은 자연환경에 있다. 다양성과 포용력은 기나긴 지리적 특징에 기인하며, 특히 21세기에는 베트남에 창조성이라는 혁신 에너지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벼농사와 비농번기 시기 공동체 내 생존을 위한 소상공 활동은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이후 기존 질서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워질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베트남의 다양한 스타트업 중 업계의 기준이 탄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여기에 유교의 영향으로 높은 교육열, 그리고 넓은 개념의 가족주의는 베트남의 정체성을 강화하여 한국이 ‘한류’로 세계 시장을 휩쓴 것처럼, ‘made in Vietnam’으로 베트남이 글로벌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만큼 베트남에는 수 많은 기회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베트남의 본질을 들여다 보면서 베트남의 가능성을 살펴 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베트남의 다양한 세그먼트 별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만의 특징은 무엇이고, 우리와 유사한 보편성은 무엇인지 동시에 살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