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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19. 2024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를 관계의 도돌이표.

영화 <러브 라이프> 리뷰


후카다 코지 감독의 <러브 라이프>는 2023년 7월 19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황금사자상 경쟁 후보작이다. 특별한 사건들을 통해 변하는 주인공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랑과 상실, 용서를 거듭하여 감정의 복잡성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다.



비극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즐기던 타에코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타에코는 케이타가 태어나자마자 전남편인 신지가 떠났고 그 뒤로 소식이 끊긴 상태로 6년 간 아이를 힘들게 키워왔다. 지로와 함께 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그 일상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아들 케이타가 오셀로 대회에서 수상하여 축하 파티를 연 그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어린 아들을 잃게 되며 슬픔에 잠기게 된다. 슬픔을 감추기도 전에 나타난 전남편은 갑자기 찾아와 타에코의 따귀를 날린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휩싸여 있던 타에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그들의 만남은 의외의 곳에서 다시 시작됐다. 공원에서 노숙하며 살아가는 신지가 눈에 밟혔던 타에코는 그를 돕기 위해 생활 보장 신청과 일자리도 알아봐 주고 빈집을 내어주기까지 한다. 그녀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처량한 몰골의 그 남자를 외면하지 못하는 타에코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선택을 하게 된다. 



미완의 완성은 이별.


이 알 수 없는 사랑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은 이미 끝났지만 미처 끝내지 못했던 관계를 이제는 완전히 정리하게 된 것 같기도 했다. 제대로 된 이별을 고하기 위해 선택했던 일들이 때론 누군가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만큼 사랑은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사랑을 '선택'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련이라고 생각하기엔 미운 감정이 컸으며 동정에 가까운 어떤 관계는 미완에 가까웠다. 신뢰는 더 이상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타에코의 감정선을 따라가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마음이 가는 대로 지금의 선택을 마쳤고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미완의 관계에 이별을 고하며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사랑과 인정 사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이루고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 잡는다. 그런 그녀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사랑으로 이루어졌지만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의 사랑은 아니었다. 싱글맘이라는 사회적 시선도 한몫했겠지만 애인이 있는 남자와 바람을 피워 파혼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은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실 법적으로는 자유로울 수 있으나 도덕적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떳떳하기 힘들지만 누구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비난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 끝을 모호하게 잡아서 명확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상황도 괘념치 않다는 말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요하게 다뤄지던 내용이 아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로 완전히 가려지며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사랑의 현재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야노 아키코의 노래 <Love Life>에서 출발하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있어"라는 가사를 통해 물리적 정신적 거리의 '사랑'에 대해 논한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타인의 슬픔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의 '감정'은 본질의 질척임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감각을 섬세하게 다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에 따라 달라지는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감정 표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타에코라는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그녀의 감정선이나 서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어색함을 더한다. 어디 그뿐만인가. 설정에 대한 의문에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아서 '거리감'을 위한 설정이 '이질감'으로 바뀌게 되어 의도와는 거리가 먼 설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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