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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01. 2024

도쿄에 만연한 동경 속 두 여자의 세계가 요동치다.

영화 <그 아이는 귀족> 리뷰


소데 유키코 감독의 <그 아이는 귀족> 2023년 5월 1일 개봉한 영화이다. 다섯 장으로 구분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두 여자의 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과 미디어에서 비치는 여성 간의 관계를 조금 다르게 풀어낸 영화였다. 어떤 정의를 규정짓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따뜻한 영화를 펼쳐낼 차례이다. 현실과는 판타지에 가까울지는 몰라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평범함도, 중간도 쉽지 않은 두 여자의 세계.


현재의 일본에는 계급이 없지만 암묵적으로 도쿄 중심으로 발달된 상류층은 귀족이라 불리며 그 요소 자체가 신분을 결정짓는 것이 되었다. 하나코 또한, 상류층으로 20대 후반이 되며 자연스레 결혼 압박을 받게 된다. 자신의 미래나 행복보다는 이 집안의 장래와 대를 잇기 위한 것에 치중되어 하나코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일정한 조건의 남자를 만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맞선을 보게 되는 하나코는 계속된 실망감에 지친 기색을 보이지만 그것 또한 보이지 않으려는 듯 미소를 지어낸다. 그저 평범한 삶을 꿈꿨을 뿐인데, 그녀에게 쉬이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맞선을 이어가던 중, 아오키 코이치로라는 남자를 만나 이전과는 좀 다른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는 미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어떤 사이인지, 아오키에 대해 무엇을 아는지 물어보게 된다.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하나코는 미키를 질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미키는 아사코와의 관계를 끊어내 불안감의 요소를 제거해 준다. 미키의 등장은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을 바꿀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시선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들의 만남은 강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코에게 지금과는 다른 어떤 생각을 불러왔으며 미키에게는 어떤 기회가 생기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서로를 동경하는 도쿄, 요동치는 삶.


현실 속의 계급은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들이 사는 세상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는 '도쿄'라는 공간 속에서 다른 출신 배경을 가진 두 여자를 통해 '다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름'을 부각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불합리함에 불평을 털어놓을 것인지, 자신이 어떻게든 미래를 개척할 것인지는 자신의 손에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분명히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고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은 확연히 다르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개척할 것인지에 대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같음'을 공유하게 되는 두 사람이다. 그토록 멀어 보였던 그들이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겐 우상일 수 있는 '귀족'이라는 신분. 직업이나 자본에 제약은 없었지만 많은 선택권만큼이나 제한되는 자유는 암묵적 억압을 허용하기도 했다. 몸에 자연스레 깃들어 있는 우아한 미소 속 지친 기색을 마저 지워내야 했다. 그들의 체면을 위해서라면 사소한 불편쯤은 감수해야만 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바탕으로 맺어졌다기보다는 가문과 가문 사이의 결합이었으며 득실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평범함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민'이라는 신분. 지방에서의 삶이 쉽지 않을뿐더러 수도에서 출세한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수도에 기반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큰 노력을 쏟아야 한다. 많지 않은 선택권과는 별개의 자유는 '자본'이 없어 펼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키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도쿄에 자신이 발을 디딜 한 자리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 영화였다면 약간의 실망감을 자아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갇혀 있는 어떤 틀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 순간은 매우 짧아서 아쉽게 느껴지지만 기존의 삶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유독 강렬하게 느껴졌다. 애매하게 망설였던 초반의 모습과 많은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가 그토록 바랐던 자유를 스스로 쟁취하는 모습에서 미약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그녀의 미래에 펼쳐질 어떤 사랑의 가능성과 진실된 미소는 그녀가 더욱 행복해지길 바랐던 충분한 결말로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도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은 영화가 끝나고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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