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방관> 시사회 리뷰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소방관>은 2024년 12월 4일 개봉 예정인 영화이다.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강렬한 실화의 힘이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까.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이슈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는 등 여러 난관 끝에 2년 만에 개봉하게 되었다.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은 2001년 3월 4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다세대주택에서 집주인의 아들의 방화로 인해 당시 서부소방서에서 근무 중이던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었다.
서울서부소방서의 대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목표로 의기 투합하여 임무를 완수한다. 2001년 3월 4일. 서울서부소방서 소방차 20여 대와 소방관 46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불법주차된 차들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했고 소방관들은 공기통을 매고 150m 떨어진 곳에서부터 뛰어가 화재진압에 나선다. 1차 진화에 성공하며 7명을 무사히 대피시켰지만 아들이 집에 아직 있다는 말에 잠시도 주춤하지 않고 다시 화마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아들은 방화범이었기에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노후화된 건물이 붕괴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이러한 연출방식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가까워 영화로서의 매력을 느끼기게는 부족했다. 그들의 일상이나 신념을 묵묵히 담아낸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나 실화에만 기댄 연출은 영화적인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방식은 소방관이라는 직업,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정직하게 담아내어 담백하게 그려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죽음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직업 특성상 겪게 되는 딜레마에 대해서도 그려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고, 방화장갑이 아닌 목장갑을 끼고 화재현장을 나서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점은 지금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았으나 드러난 장면만으로도 소방관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충분히 체감하게 만든다. 과거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소방관들의 장례식 장면이나 방화범의 재판장면이 길게 나오지 않아 감정적 여운을 깊게 전달하지 못했지만 지나친 신파로 흐르지 않으려는 연출의 절제는 칭찬할만하다. 영화의 담백한 톤과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강조하고 있다.
곽도원 음주운전 이슈가 아니었어도 흥행은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해당 사건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영화의 의미를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사명감과 주연 배우의 음주운전 이슈가 대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을 그린 만큼 주연 배우인 곽도원은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있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영화가 담고 있는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이 될지 의문이다. 특히 곽경택 감독이 곽도원의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 밉고 원망스럽다고 말한 만큼 등짝을 때리는 장면은 감독의 이러한 마음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착하고 정직한 이 영화의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