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승> 시사회 리뷰
신연식 감독이 연출한 영화 <1승>은 2024년 12월 4일 개봉 예정을 앞두고 있으며 제52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 부문 초청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배구를 소재로 삼아 배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으며 실제 배구계 유명인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때 촉망받던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은 실패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다. 파면, 파산, 이혼까지 온갖 실패의 수식어는 다 달고 있는 배구선수 출신 감독 우진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에이스 선수의 이적으로 더더욱 핑크스톰엔 희망이 없다. 새로운 구단주의 등장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그는 배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데다가 성장 서사에 꽂힌 나머지 딱 한 번이라도 1승을 하면 시즌권을 산 사람을 추첨해 상금 20억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그렇게 모두가 주목하는 구단이 됐지만 실력도, 팀워크도 어느 하나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로 압도적인 연패 행진을 이어나간다. 시즌은 거의 끝을 향해 가는 가운데, 우진은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우진은 감독을 맡았지만 우승에 큰 관심이 없다. 1승만 하면 되고, 무엇보다 1년만 버티면 대학팀 자리에 가는 길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과 무언가를 이뤄낼 것이라는 의지도, 기대도 없었다. 1승이 목표인 이들이 무모할 정도의 경기를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간절함이 아닌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임하던 이들에게 패배, 패배, 패배라는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마음가짐과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1승은 고사하고 승리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 순간 구단주의 엉뚱한 공약이 승부욕을 일깨웠다. 왠지 모를 실패감과 오기에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스포츠란 경쟁의 미덕이지만 내부의 경쟁과 별개로 하나의 팀이 되지 못하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할 수 없다. 관심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간절함이 사라진 마음가짐은 승리를 쟁취할 스포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선, 선수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었다. 무관심한 척 툭툭 비난을 던지는 것 같아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나 장점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그가 자기 자신도 모르던 자신의 장점을 일깨워주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신들만의 전술을 펼쳐나간다.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나가며 개별훈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승패와는 무관하게 선수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팀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이들은 불가능해 보였던 1승을 향해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한다.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가는 스포츠 영화였지만 <1승>은 스포츠 영화로서의 열정과 땀방울을 고스란히 영화에 녹여내었다. 특히 배구 경기를 담은 장면들은 실제 경기를 관전하는 느낌이 들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1승>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강호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로 김우진 감독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실제 선수들이 출연하여 더욱 실제감을 더한다. 압꾸정 스타일의 유머와 거미집 스타일의 대사 흐름이 약간의 썰렁한 공백을 내어주지만 자칫 지나치게 진지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만, 불필요한 감정선은 잘 잘라낸 것 같으나 선수들 개개인의 소개나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개개인의 장점이나 능력은 단편적으로 지나가는 듯했고 인물들의 내면적 변화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아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이 와닿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