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차의 꿈> 리뷰
후회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답은 아마 긴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답과 이유를 찾으며 살아간다. 벤틀리 감독의 <기차의 꿈>은 2025년 11월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로 데니스 존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그레이니어로 바너스페리 마을에 산다. 7-8살에 부모에게 버려져 어디론가로 보내졌지만, 부모는 누구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기억이라곤 100 가구의 중국인 가정이 추방당하던 과거뿐이었다. 그는 자퇴 후 20년을 의미 없이 보내다 글래디스 올딩을 만나며 삶의 방향성을 찾게 된다. 둘도 없는 사이가 되어 미래를 설계하고 함께 살아갈 약속을 한다. 평생을 외롭게 살았던 로버트에게도 의미가 생긴 것이다.
수많은 비극 속에서도 사랑만큼은 그를 충만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생명, 나의 사랑, 그리고 걱정까지도. 아내와 딸은 남자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였다.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일할 철이 오면 로버트는 멀리 일을 나가야 했다. 가족과의 시간, 딸의 성장을 놓친다는 아쉬움은 분명 있었지만 현실은 매우 어려웠다. 함께하는 것 또한 어려웠지만 자신이 이룬 작은 행복을 어떻게든 지켜가려 했다.
로버트는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만난다. 과거에 로버트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가족도 없고, 집도 없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떠돌이들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레니어는 왠지 그들의 이야기가 좀 다르게 들렸다. 인생 한탄이 아니라 인생의 철학처럼 들렸다. 로버트와 사람들이 모여 건축물은 완성되었지만 점점 산은 허허벌판이 되어가고, 사람이 없어지고 죽어가도 무감각해진다. 세상은 목재를 끝없이 먹어치우는 듯했다. 500년 된 나무를 계속해서 자르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치지만 영혼이 파괴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벌을 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과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화마가 글래디스와 게이트를 집어삼켰다.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돌아갈 곳도 모두 사라지게 만든 상실 앞에서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이지만 무엇이든 연관 짓게 만드는 상황에 좌절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 땅의 곳곳에서 들려오고,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찾아올 것만 같아 그는 함께했고, 불이 휩쓸고 간 그곳에서 자리를 잡는다. 언젠간 글래디스와 케이트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아래. 시간이 지나 시대는 변화를 맞이했고 나이가 들며 할 수 있는 일도 줄어간다. 예전에 나도 저랬나?라는 향수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는 평상시처럼 일도 하고 무언가를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잃었다. 과거의 그처럼.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오길 바랐으나 소식조차 없었다.
자신에게 절망적인 순간이 닥쳤을 때, 신의 계시처럼 누군가가 방향을 잡아주길 은연증에 바라게 된다. 그는 평생을 외롭게 살았고 방향을 잃은 채 살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반쪽을 찾아 행복을 되찾고 만끽해 왔다. 하지만 다시 자신의 전부를 잃고 방향을 잃었다. 그런 힘든 순간에도 가족이 함께하던 시절이 그립고 좋다는 기억으로 다시 살아간다. 그 후, 세월이 남긴 흔적이 그의 얼굴에 녹아 있었고, 그는 이제야 삶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삶은 그와 멀어지고 있었다.
이야기의 전개는 내레이션의 흐름을 따라 인간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전개한다.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사라지며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거대한 변화가 한 인간의 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초반에는 아주 괜찮은 흐름이었지만 깊이가 부족하다. 그렇게 완전하지 않은 이야기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영화 속 이야기의 세계는 어떤지 중국인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시대적 배경이 독특한 만큼 인종적 폭력이나 시대적 광기로 인해 비이성적 폭력이 만연했고 그것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불합리한 시대를 한 사람에 완전히 녹여내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 대신 그 시대를 온몸으로 마주한 한 사람의 생에 집중한다. 영화는 거대한 비극을 설명하기보다, 그 비극이 한 인간의 생을 어떻게 흔들고 다시 흩어지게 했는지에 집중한다. 영화가 선택한 방식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삶의 순리를 천천히 그리고 깊게 파고들 수 있게 만드는 점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