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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Jan 09. 2023

37. 1분 거리

맞긴 맞는데... 아닌 것 같은데 맞긴 맞고...

 위니펙에서의 우리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얼마뒤엔 이곳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위니펙을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처음에 이곳에 집을 구할 때가 생각이 났다. 수많은 캐나다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집을 찾았음에도 딱히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신기하게도 떡하니 어떤 집이 나타났다. 마침 내가 찾고 있는 지역에 있는 집!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집을 소개하는 글에는 마트가 1분 거리에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가려고 하는 학교가 차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면 집 앞으로 그 학교로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머물 집은 심지어 Master room!(일반적으로 그 집에서 제일 큰 방을 말하며 화장실이 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사기가 아닐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 집 말고는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다른 사람이 계약하기 전 서둘러서 우리가 계약을 했다. 우리의 캐나다 라이프의 시작이기도 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첫날의 어수선함.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어색함. 침대의 감촉, 눈을 떠서 처음 바라본 익숙하지 않은 천장, 창문에 달려있는 두꺼운 암막커튼과 그 밑으로 새어 나오는 햇빛이 보였다. 시차 때문에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지도로 주변을 찾아보니 말로만 듣던 1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거리는 약 800m.

 마트가 문을 여는 아침 7시까지 기다렸다 아내가 깨지 않게 조용하게 밖으로 나왔다. 첫날밤에는 볼 수 없는 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창한 날씨에 적당히 시원한 온도였다. 약간은 건조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아주 좋게 만들었다. 하늘은 왜 이렇게 맑고 청명한지... 그동안 한국의 미세먼지에 갇힌 하늘 아래 사는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마당 한편에 주차되어있는 차들마저 예쁘게 보였다. 예쁘고 설레었고 기대 됐지만 혼자 나왔다는 긴장감에 살포시 몸이 떨려왔다. 이제는 마트를 찾아 떠날 시간이다. 구글 지도를 켜고 마트를 향해 걸었다. 1분 거리라는 마트는 걷고 또 걸어서 약 10분이 걸렸다. 왕복 20분. 약간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학교로 바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그 버스의 배차 간격은 한 시간. 뭔가 약간씩 소개와 다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중에 매니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보니 소개에 있던 1분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차 타고 1분 거리."

이곳은 걸어서 10분이지만 차 타고 1분이었다. 생각해보면 교회도 걸어서 2시간이었는데 차 타고는 12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계산이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차가 없다. 나는 그렇게 거의 매일 1분 거리를 걸어서 10분씩 걸리며 위니펙 생활을 했다.


살짝... 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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