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뜬금없지만,
오늘은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
지난 몇 년 중 가장 활기차고 즐거웠던 시기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면,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넘쳤던 때가 아닌가 싶다. 대략 4, 5년 전쯤이다.
카더가든과 장기하의 노래를 정말 자주 들었다. 특히 카더가든은 그때만 해도 인디뮤지션 느낌이 짙어 참 멋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개그캐로 너무 많이 소비되는 게, 그것도 그 사람의 매력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좀 아쉽다. 당시에 자주 들었던 앨범 <부재> 나 <31> 같은 곡들은 지금 들어도 참 좋다. 오늘 내 유튜브 뮤직 알고리즘에 인디음악이 수두룩 한 건 아마 카더가든의 영향인지도.
모베러웍스의 팬이기도 했다. 지금은 성수에서 무비랜드라는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당시엔 옷과 몇몇 소품들에 메시지를 담아서 파는 브랜드였다. As Slow As Possible 이 대문짝만 하게 써진 티셔츠를 입고 회사에 출근하면 기분이 좋았다. ‘모조’라는 캐릭터가 박힌 가방, 티셔츠, 수첩 이것저것 사 모으며 행복했던 기억도 난다. 이제는 인스타그램 피드 정도로 소식을 접하며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와인도 참 좋아했다. 거의 일주일에 한 병씩 사다 마시느라 지갑도 체력도 자주 바닥을 드러내곤 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와인 에세이를 연재하는 일도 즐거웠다. 한때는 자격증까지 고민할 만큼 진지했는데, 기독교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에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빠져나왔다. 이제는 특별한 날 기분 내는 정도로만 가볍게 즐기곤 한다.
그런 좋아하는 마음들이 몇 년 사이 많이 게을러졌다. 특히나 올해는 몇 가지 계기가 있어서 건강이나 돈 같이 삶에 있어 의무적인 주제들에 더 집중하게 된 시기였는데, 분명 배우고 얻은 것이 많긴 했지만 뭐랄까, 내가 많이 희미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누군가를 보며, 그 사람이 평소보다 더 반짝인다고 느껴본 적 혹시 없으신지. 삶 속에서 내가 더 선명하기 위해서는 나의 좋아하는 마음을 더 자주,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의식적으로 떠올려보자면, 요즘은 그저 마시기만 좋아했던 커피를 내 손으로 내려보는 일이 재미있다. 직접 만든 커피에 단감과 그릭요거트를 곁들여 먹는 게 올 가을 나의 제철 행복이다. 책은 경영경제서나 에세이 위주로만 읽었었는데, 하루키의 1Q84와 체호프 단편선을 읽은 뒤로 문학에 관심이 조금 생겼다. 활기가 필요할 땐 거니(g0nny)의 노래를, 차분하고 싶을 땐 나이트오프를 듣는다. 그냥저냥 흐르는 듯한 일상 속에도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그 마음을 한 번 더 새기고 이렇게 슬쩍 고백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의 좋아하는 마음을 더 좋아해야지. 그런 부지런함이 휩쓸리기 쉬운 세상 속에서 나를 더 선명하게 그리고, 나의 하루가 정말 내 것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