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 토마르를 거쳐 포르투갈에 안녕을...
"파울로 아저씨, 우리는 이제 바르셀로나로 갑니다. 중간에 어디어디를 들르면 좋을까요?"
게스트하우스 파티마라운지를 나서기 전,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가까운 곳에 있는 토마르(Tomar)의 템플기사단 수도원을 둘러보고 똘레도에도 꼭 들르란다. 클라라 아줌마도 거든다.
"토마르 수도원은 정말 아름다워요"
그러고보니 파울로 아저씨는 파울로 코엘료를 닮으셨다.
2014.8.24 일
파티마에서의 아름다웠던 촛불의 밤을 보낸 뒤, 평온하게 잠들었다. 파티마라운지의 4인실에서 우리와 함께 잤던 호주에서 온 청년(이름이 기억이 안난다)이 성지의 촛불기도에 같이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저녁식사 후에 그 친구를 깜빡 하고 우리끼리 갔었다. 많이 미안해 했는데 아침에 물어보니 자신도 걸어서(그 먼 길을) 다녀왔다고 씩씩하게 답한다.
오전을 파티마에서 마저 보내기로 하고, 나는 다시 성지로 향했다. 일요일이니 주일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왕관을 쓴 파티마의 옛 성당 안에 파티마의 세 목동 루치아, 프란치스꼬, 히야친따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쉽지만 파티마를 떠나야 한다. 파티마에서 멀지 않은 포르투갈의 또다른 마을 토마르로 향했다.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토마르(Tomar)에 도착할 무렵부터 산 위의 거대한 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길을 따라 운전하다 보니 성문 아래 주차장까지 올라가 있었다. 일요일은 주차비가 무료였던것 같다.
주차장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성을 한바퀴 돌기로 했는데 보기보다 훨씬 큰 규모였고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성을 둘러보는데만 30분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이 성은 12세기초 템플(성전)기사단이 박해를 피해 토마르로 대거 피신하면서 지어졌다. 정식 명칭은 Convento de Cristo(그리스도의 수도원)이다. 기사단은 이곳에 자리잡은 뒤 융성했다고 전해진다.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의 중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숨겨진 마을이 바로 토마르였던 것이다.
언덕 위에 이렇게 웅장한 성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 곳 토마르가 유명하지 않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렇게 멋진 수도원을 볼 수 있음에 새삼 파티마라운지의 파울로 아저씨가 고마웠다.
토마르를 빠져나와 스페인과의 국경을 향하여 달렸다. 어딘지도 모를 길을 따라 지도도 안 보고 그저 동쪽으로 달려갔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지는 마드리드 아니면 똘레도이니까.
국경 어디쯤에 있는 마을의 바에서 식사를 했는데 마을 주민들은 한국인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긴 우리도 어딘지 가늠하지 못하는 포르투갈의 시골마을에 한국인이 찾아갈 일이 있었을까.
국경을 넘어 스페인 땅에 위치한 카세레스(Caceres)를 지나 트루히요(Trujillo)라는 낯선 마을, 창 밖에 걸터 앉아 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 어느 싸구려 호텔에서 잠을 청했다.
마을 언덕 위에 있는 샘터에서 마을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라면을 끓여먹은 일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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