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집을 나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눈을 피해 학교 공중전화기로 가정폭력 상담실에 연락했다. 우리 집 상황을 설명했고 집을 나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수화기 너머 상담사 분은 차분한 목소리로 집에서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폭력을 경험한 자녀는 어른이 되어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그 말을 수십 년 지나서까지 종종 생각할 줄. 아빠를 벗어나고도, 어른이 되고도, 폭력을 경험하는 어른이 될까 봐, 참 오랫동안 두려웠다.
동화 속 결말에서 왕자와 공주는 서로를 사랑하며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폭력을 경험한 아이의 결말은 어떠한가?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폭력을 당하거나 사용하는 어른으로 끝맺음하는 것인가? 인생에는 정해진 길이 있을까? 어린 시절 경험한 바가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답하고 싶다. 수십 년 불쑥 나를 괴롭히던 질문에, 이제는 답하고 싶다. 폭력을 경험한 아이는 어떠한 어른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