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식집사의 내가 사랑하는 식물 시리즈 No.1
뿌리내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
틸란시아드 이오난사.
공기 속에 떠다니는 먼지와 수분을 먹고살아서, 뿌리내리지 않고 살아도 괜찮은 공중식물.
그래서 sky plant, air plant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파인애플과 식물이라 그런지 생긴 게 파인애플 꼭다리를 닮았다.
이번 생일에 소살과 민희가 소형 플랜테리어와 이오난사를 선물해 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키운다. 같이 사는 친구들과 생일 선물을 주고받은 지 좀 되었다. 다른 사람 생일은 잘 못 챙겨도, 같이 사는 식구들은 꼭 챙긴다.
빛이 따뜻한 색상이라 책상에 앉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살아가는 식물은 놀랍다.
최근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산지 오래되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28살에는 결혼하여 양산으로 이사를 했고, 그 삼 년간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았다. 서른이 되고는 울산 산골짜기에 잠시, 그리고 지금은 바닷가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에 산다. 이곳저곳 잠시 걸터앉으며 모든 곳에 주인의식을 가지며 살았다. 하지만 요새, 요즈음, 여기서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아기가 생기고, 이제 이 아이에게는 고향이 된 이곳에서도 묘한 부유감을 느낀다.
사람의 탓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는 여러 가지 화두가 얕고 깊게 둥둥 떠다니지만, 근 몇 년간 '뿌리'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은 집착하며 살았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를 희망하는 이상, 어디엔가 꾸준히 발 붙이고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얇은 줄로 나를 감싸고 있게 되었다.
모든 식물이 땅에 뿌리를 내려야 살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이오난사가 흩트렸다.
뿌리내리지 않아도 되어서 가지게 되는 자유.
뿌리가 박혀있지 않아서 뿌리가 약점이 될 수 없다는 자유.
새롭고 놀랍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오난사는 보통 분무기를 사용하거나 물에 담가놓거나 하던데, 여기저기 말이 다 달라서 나는 일단 물에 단근다.
30분 정도 담가뒀다가 거꾸로 뒤집어서 물을 잘 빼고 다시 플랜트에 넣어둔다. 하지만 게을러서 그렇게 자주 물에 담가놓지 못한다. 매일 책상에서 이오난사의 푸르름과 악착같음을 즐기면서도, 생각에만 그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를 비웃듯 오늘도 이오난사는 명쾌하다.
이렇게 물을 듬뿍 흡수할 수 있게 둔다. 물 안에 담겨있는 식물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묘하다.
물속에서 사람은 숨을 쉴 수 없으니까 당연히 이오난사도 갑갑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물속의 안락함도 기억이 나서, 또 '그런갑다.' 하게 된다.
일생에 단 한번 꽃을 피운다는데, 나는 이오난사가 나에게 오고 얼마 안 있다가 꽃을 봤다.
꽃이 아주 예쁘다. 선물같은 보라색이 선명한 꽃.
죽을 때가 되면 꽃이 올라오는 주변이 붉게 물들며 꽃이 핀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뿌리가 있을 법한 둥치 부분에 자구체가 생겨, 꼭 닮은 이오난사가 생겨난다고 한다.
내 친구는 이걸 보고 '새끼 친다' 라고 했다. 이 자구체가 잘 자라서 크기가 모체만큼 커질 때쯤 분리하면, 나에게는 쌍둥이인지 자식인지 모를 이오난사가 하나 더 생기게 된다.
놀라운 식물의 세계.
같은 사람 하나 없듯, 같은 개체 하나 없는 식물들.
별 것 아닌 데에 유쾌하다.
간단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