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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점 Mar 20. 2022

글로벌 소프트웨어 프리랜서가 되다 (1)

Toptal에 탤런트로 등록되기까지

많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를 고용한다. 특히 SI 업계가 그렇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점점 통합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다른 업계에서도 프리랜싱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관리만 잘한다면 온라인으로 일해도 큰 지장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 추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온라인 개발이 가능하다면 일하는 장소가 굳이 국내일 필요가 없다. 인터넷만 된다면 발리나 치앙마이에 살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다. 좀 더 확장하면 굳이 국내 회사일 필요도 없다. 영어만 된다면 해외 회사에도 취직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에 있는 회사에 고용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이른바 글로벌 리모트 소프트웨어 프리랜서 (하~~ 길다). 이런 개발자에게 전문적으로 취업을 알선하는 사이트에는 Crossover for Work, Toptal, Turing, Upstack 등이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 조건이 맞는 회사에 고용되어 온라인으로 일을 한다.


Toptal


https://www.toptal.com/


그중에서 나는 Toptal에 탤런트로 등록되어 있다. 탤런트는 Toptal에서 프리랜서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다른 글로벌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Toptal에는 세계 곳곳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탤런트로 등록되어 있고, 세계 곳곳의 회사에서 이들을 고용한다.


Toptal이 다른 사이트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상위 3%의 개발자들이 탤런트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과 Toptal에서 사용자 회사에 맞는 개발자를 찾아 준다는 것이다. 즉, 사용자 회사와 개발자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Toptal이 중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래서 사용자 회사와 탤런트 둘 다에게 만족스러운 고용을 보장한다.


그런 만큼, 탤런트로 등록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Toptal에 탤런트로 등록되려면 아래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1) 이력서 심사

(2) 기술, 영어 능력 인터뷰

(3) 코딩 테스트

(4) 코딩 테스트에 대한 인터뷰

(5) 코딩 프로젝트

(6) 코딩 프로젝트에 대한 인터뷰


모든 절차는 미리 스케줄을 잡고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한 단계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를 안내하는 메일이 온다. 단계의 진행이 빠르다. 몇 주씩 검토하고 이런 것 없이, 합격, 불합격 여부가 바로 바로 결정된다.


1단계 - 이력서와 프로파일


첫 단계로, Toptal에 ID를 등록하고,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이력서를 업로드했다. 물론 모두 영문으로 작성했다.


다음날 바로 이력서가 통과되었으니 인터뷰 스케줄을 잡으라는 메일이 왔다.


2단계 - 기술, 영어 능력 인터뷰


인터뷰는 지원자의 영어와 기술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10분 정도 진행된다고 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비디오로 대체할 수 있단다.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서 10분 정도 영어로 말하는 비디오를 녹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인터뷰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비디오를 선택했다. 내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참가한 프로젝트는 무엇이었고, 어떤 일을 했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QA 엔지니어로 얼마나 오래 일했나?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언어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10분 정도 분량의 스크립트를 미리 만들고 연습했다. 그러고 나서 Toptal 사이트에 들어가서 노트북의 카메라/마이크로 녹화했다. 노트북 화면 구석에 스크립트를 띄워 놓고 힐끔거리며 읽었다. 다행히 녹화를 한 번에 마치고 제출했다.


채용의 모든 과정에서 영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유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개발자가 사용하는 영어 표현은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직장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말할 기회가 많아서, 버벅거리며 말하는 수준은 넘었다. 참고로, 내 토익 점수는 790점이다. 따로 토익 공부를 하지는 않았고 그냥 시험을 보고 나온 점수이다.


3단계 - 코딩 테스트


며칠 후, 코딩 테스트를 안내하는 메일이 왔다. 지정된 사이트에 접속하여, 주어진 3개의 문제를 2시간 내에 풀어서 코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저녁 시간에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갈 것 같아서, 일요일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인터넷 상에 있는 다른 코딩 테스트 사이트와 비슷했다. 아무 순서로 풀어도 되고, 코딩 중간중간에 실행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도 된다. 어떤 채용 사이트는 문제 푸는 과정을 웹캠으로 녹화하는 곳도 있는데, 여기서는 그러지는 않았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유롭게 선택 가능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알고리즘 위주의 문제여서 C로 풀 수 있었다. 마지막 문제는 hashmap을 써야 하는 것이어서 Java로 풀었다.


문제의 난이도는 상, 중, 하 하나씩 나왔다. 첫 문제는 10분쯤 걸렸고, 두 번째 문제는 30분쯤 걸렸다. 세 번째 문제는 마지막 1분까지 시간에 쫓겨가며 겨우 풀었다. 이직에 대비하여 Codility나 CodeWars 같은 곳을 들락날락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4단계 - 코딩 테스트에 대한 인터뷰


코딩 테스트를 마치자마자 바로 메일이 왔다. 코딩 테스트에 합격했으니 테크니컬 인터뷰를 하자는 것이었다. 인터뷰 도중에 내 컴퓨터의 화면 공유를 할 수도 있다는 안내도 있었다. 이번에는 미리 제시된 타임 슬롯 중에서 밤 시간을 잡았다.



며칠 후 인터뷰 시간. 인터뷰어는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미국식 발음에다가 또박또박 말해줘서 알아듣기는 편했다.


처음 10분 정도는 내가 제출한 답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질문에 답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인터뷰어가 즉석으로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화면 공유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즉석 코딩 테스트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기 때문에 당황했었다. 개발환경이 있는 노트북으로 화상 회의를 한 것이 다행이었다.


화면 공유를 통해 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이 인터뷰어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10분 안에 풀어야 했는데, 시간을 더 써서 15분 만에 풀었다. 시간이 남아서 그랬는지, 인터뷰어가 문제를 하나 더 주었다. 두 번째 문제는 10분 안에 풀지 못했다. 내가 삽질하는 것을 보다 못한 인터뷰어가 그만하라고 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끝냈다.


두 문제의 난이도는 중/하 정도 되었다. 난 둘 다 C로 풀었는데, 왠지 Python이나 Java로 풀었으면 더 빨리 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잠시 후 통과했다는 메일이 왔다. 즉석 테스트인 만큼, 문제를 다 풀 필요는 없는 모양이었다.


5단계 - 코딩 프로젝트


그다음엔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요구사항이 주어지고, 1~2주 내에 구현해서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다. 요구사항이 애매하면 메일로 질문해도 되고, 오히려 그런 활동을 좋게 평가한다고 했다. 작성한 코드는 GitLab에 올리는데, 중간중간에도 수시로 올릴 수 있었다. 보통은 2주 분량인데, 나의 경우에는 1주 분량의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내 프로젝트는 오디오 디코더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내 주요 경력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라서 그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준 것이었다. C++을 사용하고, Makefile, readme 등의 파일도 작성해야 했다.


무사히 기한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총 코딩 시간은 20시간 정도 되었는데, 머릿속으로 디자인한 시간까지 합치면 더 많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6단계 - 코딩 프로젝트에 대한 인터뷰


코드를 모두 업로드했다고 메일을 보내니, 이번에도 인터뷰 스케줄을 잡으라는 메일이 왔다.


인터뷰어는 폴란드 사람이었는데, 강한 억양으로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인터뷰 내용은 주로 내가 작성한 코드의 주요 로직과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이미 제출한 readme 파일에 있었으므로,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내 화면을 공유하며 프로그램의 컴파일부터 실행까지를 보여줘야 했다.


무사히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최종 합격했다.


최종 합격 후 절차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합격 후에도 남은 절차가 많이 있었다.


사용자 회사에 나를 알릴 수 있는 프로파일 작성

프로파일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 리뷰어와 계속 소통

Toptal과의 계약 관련 서류에 사인

Toptal 은행 계좌 개설

Toptal e-mail, Slack 계정 개설


이미 합격한 마당에 귀찮을 수 있을 절차였지만, Toptal에서는 계속해서 독려 메일을 날려대었고, 이틀 만에 절차를 모두 마쳤다.



Toptal에 이력서를 접수했을 때부터 최종 합격할 때까지 5주가 걸렸다. 합격을 하니, 언제든지 취직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 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게다가 리모트로 일을 할 수 있으니, 꿈에 그리던 디지털 노매드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족: Toptal의 slack에는 전 세계 각국, 각 지역 모임의 채널이 많이 있다. 내가 합격한 당시에는 한국 모임은 없다가 2022년 3월에 생겼다. 채널 멤버 중에서 한국인은 9명이었다. 5명은 외국인인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Toptal에 탤런트로 등록된 한국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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