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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Jun 19. 2024
고양이 밥에 독약을 뿌린 남자에게 온 회한
2023.04.19
남자는 그토록 원하던, 혹은 당연했던 밥상을 받았다.
밥은 초록색으로 물들어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웃으며 말한다.
얼른 먹어
안 먹으면 네 머리털을 그슬려버릴 거야.
독극물은 그 남자가 구매했었다.
자기 집에서 자기 돈으로 구매한 독약에 밥 말아먹고 있으니
있는 죄라고는 죽은 그가 생전에 인터넷에 뿌리고 다닌 쓰레기와
길고양이를 무참히 학대하고 죽인 죄밖에 없다.
고양이 밥에 독약을 뿌렸던 남자.
인터넷상에는
고양이는 새를 죽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죽여야 한다고 글을 뿌렸다.
다음
게시물은
고양이 급식소에 있는 사료에 영양제를 넣었다며 키득대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새가 높은 유리 건물에 부딪히고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어 죽어가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온 세상 새를 고양이만 죽인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면 고양이를 괴롭히고 죽여도 되고,
고양이에게 느끼는 불쾌감(열등감)이 정당하다
고 합리화하고 싶었다.
남자는 그토록 원하던,
혹은 당연했던 밥상을 받았다.
초록색 밥은 미지근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소름 끼치게 웃으며 말한다.
얼른 먹어
안 먹으면 네가 했던 짓을 너에게 똑같이 할 거야.
그가 죽고서 세상은 조금 더 맑아졌다.
불필요한 전기 소비가 줄었고,
육식 소비도 줄었으며,
그가 배출하는 오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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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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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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