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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Oct 23. 2023

장미가 되고 싶은 감자

나다운 게 무엇일까

 감자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하지만 사람들은 감자에 싹조차 나는 것을 싫어합니다.

 장미는 화려할수록 감탄하고 아끼지만, 감자는 뭉툭한 외모면 충분합니다. 숭덩숭덩 잘라 맛만 좋으면 되니까요.

 감자가 감자튀김이 되고, 감자전이 되고, 찐 감자가 되는 생을 만족하면 괜찮겠지만, 장미가 되고 싶어지면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입니다 .

 장미처럼 아름답고 싶은 건 감자의 쓸모와 부적격합니다. 장미의 쓸모는 아름다움이고 감자의 쓸모는 맛과 포만감이니까요.


그런데도 여기 아름답고 싶은 감자는 장미를 보며 선망하고 질투를 합니다. 계속된 비교와 자신의 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감자는 속이 문드러지고 싹이 돋습니다. 그럼 버려지고 도려 질 텐데요.


아무리 가시를 세워도 만약 독을 뿜는다 해도 사람들은 장미의 미를 치켜세울 겁니다.

아무리 감자가 꽃을 피워내도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언제 감자가 크게 자라 뽑아 먹을 수 있지?

 언젠가 감자는 목련처럼 우아하고 맑고 싶기도 했습니다. 장미처럼 아름답고 싶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꽃을 피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웃어줄 때에는 잘게 갈려 메쉬 포테이토가 되고 기름에 튀겨져 프라이가 될 때였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름다운 꽃다발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때 아름답기로 유명한 장미가 말했습니다.

나는 아름다워요. 그냥 나는 열심히 컸을 뿐인데 아름다워지던데요? 나날이 갈수록 유명해지고요. 아름다운 건 좋아요. 그런데 유명해지길 바랐던 건 아니었어요.


 감자는 장미가 부러웠습니다. 장미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없기에 그에게 미운 마음을 가지는 건 자신이 못나기 때문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난 프라이가 되는 삶으로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어 깨끗하고 맛있는 감자가 되는 일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난 그 일에 집중하는 데에도 벅찬 감자야. 그런데 왜 아름다움을 원하는 거야? 분수에 맞지 않아. 명에 맞지 않아.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거야?'  


 감자는 어긋난 욕망을 가졌고 버리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신선한 감자로 자라려 노력 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외모도 마음도 못난 자신에게 지쳐버린 감자는 이제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버거웠습니다.

그냥 흙바닥에서 썩어버릴래. 아무도 날 보지 못하게.


고구마도, 당근도, 토마토도, 다양한 채소와 과일, 생명들이 열심히 그들 다운 삶에 맞추어 견디며 살아가는데 왜 감자는 굳이 감자의 삶을 받아들이고 행복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알면서도 마음을 먹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던 감자는 물을 먹은 흙에 자신의 눈물을 몰래 적셨습니다.

 수분이 빠져 메마르면 버려질까 봐 무서우면서도, 맛있는 감자조차 되지 못하는 게 싫으면서도 감자는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자라는 들꽃들이 감자를 위로하려 했습니다.

"자긍심을 가져 감자야,

감자가 되고 싶은 꽃도 있을 걸

너의 동그란 모양을 부러워하고 많은 가족들과 흙 속에서 잠을 자는 너의 삶을 부러워하는 존재들도 있을 거야.

맛있는 감자가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일인데."


감자는 더욱 서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감자도 그걸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마음이란 게 내 뜻대로 되기가 어렵잖아.

욕망이란 게, 꿈이란 게 내 맘대로 정해지고 사라지는 거라면 좋으련만."


연근이 감자를 조용히 토닥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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