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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김영준 Feb 12. 2023

재미있는 통신망 이야기

핸드폰으로 어떻게 인터넷이 되나요?

나는 통신장비를 개발하는 연구원이었다. 어느 날 장인어른께서 갑자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주셨는데 말 문이 턱 막혔다.

 

요 작은 핸드폰이 어떻게 인터넷도 되고 목소리도 들리고 오만 것들이 다 되나?”

 

여러 기술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기는 했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답을 드려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장인어른의 질문이 쉬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즉 어떤 기술주제를 일상의 ‘논리’와 ‘표현’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한 참 후에 알게 된 것이다. 세월은 지났지만 오래전 장인어른의 질문에 답을 써 보려 한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통신 단말을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화, 핸드폰 그리고 컴퓨터이다. 물론 사물인터넷 단말 등 많은 다른 종류의 것들도 있지만,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전화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고, 컴퓨터는 인터넷을 하는 데 사용된다. 스마트폰은 전화와 컴퓨터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만능 단말이라 할 것이다. 장인어른의 표현대로 “오만 것들”이 다 되는 단말인 것이다. 여기서 “오만 것들”이란 목소리, 영화, 인터넷, 카톡 등 다양한 내용이지만, 본질적으로는 ‘0’과 ‘1’로 표현되는 ‘데이터’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따라서 질문을 정리하면, “지구의 78억 명 사람들이 어떻게 지구 여러 곳에 있는 컴퓨터, 핸드폰, 전화기로 언제든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가?”를 설명해 보라는 것이 된다. 

 

나는 ‘통신망’(communication network)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에 답하려 한다. 사실 통신망은 하루아침에 건설되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보완, 추가를 반복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쉽게 설명하는 통신망 이야기는 많은 축약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통신망의 역할은 지구 위의 송수신 두 지점을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수 천 km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하는 ‘통로’가 필요하고, 이것을 ‘통신채널’(communication channel)’이라 부른다.

 

통신채널’은 19세기말부터 ‘구리선’을 사용하는 전화 망(Public Switched Telephone Network)에서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화 사용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전화회선이 구축되었고, 마침내 모든 나라는 구리선으로 연결되는 전화망을 갖게 되었다. 1970년대부터 ‘광통신’(fiber-optic communication)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광 선로’를 주요 경로(backbon network)로 이용하는 ‘인터넷 망’이 ‘전화망’에 추가된다. 1980년대부터는 무선공간을 이용하는 ‘이동통신망’(mobile communication network)이 새로 추가됨으로써, 지구는 전화망, 인터넷망, 이동통신망이 동시에 연결된 행성이 되었다.

 

통신채널’은 이들 망을 넘나들며 서로를 연결해 구성하게 되며, 이 경로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 구간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UN주도의 표준화 과정을 통해 확정되는데, 이를 통신 프로토콜이라 한다. 모든 국가와 정보통신 참여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통신망을 구성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신채널 연결이 가능하게 된다.

 

통신채널을 연결하는 여러 구간들은 통과하는 위치와 전달하려는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매체를 사용하게 된다. 즉 ‘전기’가 잘 통하는 ‘구리선’, ‘빛’이 통과하는 ‘광 케이블’, ‘전자파’가 날아다니는 ‘공간’이 전달매체가 된다. 이때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전달자(Carrier) 역할은 ‘전기’, ‘빛’, ‘전자파’가 담당한다.

 

신은 고맙게도 자연에 존재하는 이들 전달자에게 빛의 속도인 1초에 30만 km를 이동하는 능력을 부여해 주셨다. 따라서 정보통신 과학이란 “자연이 준 이들을 이용해 어떻게 데이터를 더 많이 정확하게 전달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인 것이다. 정보통신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통신망은 이제 사람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수준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요약하면 모든 가정에는 전화선 콘센트가 들어와 있고, 와이파이 연결을 위한 안테나 장치 (access point)도 설치되어 있다. 지구의 바다에는 수백 개의 해저 광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들이 모두 전 세계 통신망 사업자 장비들과 연결되어 지구를 커버하는 거대한 ‘통신망’을 구성하고 있다. 단말을 통해 내가 원하는 곳과 접속을 하면, 그때 거대한 통신망 내부에 나 만을 위한 경로가 확보되고. 이 경로를 통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 이것이 통신망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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