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4차 산업혁명 모습
올해 2월 27일에서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 다녀왔다. 200여 국가에서 2400여 개 전시가 있었고, 8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이곳에서 그간 글을 통해 공유해 왔던 나의 4차 산업혁명(4IR)에 대한 생각들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4IR은 “초연결에 의한 초지능 사회의 도래”로 설명된다. MWC는 전 세계 이동통신사업자 연합 GSMA (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Association)이 주관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초 연결’을 중심으로 ‘초 지능’ 사회의 진행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올해의 주제는 VELOCITY(속도)이다. 소주제 5개 중 2개는 통신기술, 3개는 산업의 변화이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곳은 기술을 전시하는 곳이고,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전시되는 내용은 빙산의 일부 모습에 불과하고, 이를 통해 바닷속에 숨겨진 거대한 과학기술 덩어리를 깨달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재미와 의미를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내가 아는 만큼만 보았을 것이리라.... 내가 본 중요사항을 요약해 본다.
- '초 연결'을 중심으로 모든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에릭슨 전체 전시 중 1/4을 차지한 ‘Monetize 5G’는 초 연결을 통해 재편된 산업에서 돈 버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화웨이, 삼성, 퀄컴 등 모든 주요 기업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기술, 산업재편, 사업을 연결해 Monetize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접근에서 인간은 참 창의적이고, 특히 돈을 좋아하는 동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 초연결 기술로 가상공간과 실제세상의 만남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느낌은 퀄컴부스에서 강하게 다가왔다. 전 세계 여러 회사들이 퀄컴 칩을 이용해 XR 단말을 만들고 있었고, 이들의 성능과 완성도는 조만간 가상공간이 일상 수준으로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가능케 했다.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을 갖게 된 오늘의 퀄컴 배경에 30년 전 벤처기업이었던 퀄컴의 CDMA기술 가능성을 입증해 준 한국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생각하면, 원천기술의 중요성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 반도체 실리콘이 초 연결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
초 연결 핵심장치인 안테나/Radio 제품들 중 몇 개의 신제품은 깜짝 놀랄 수준의 성능을 뽐내고 있었다. 행사 기간 중 몇몇 성능수치를 국내전문가들과 공유했는데, 내가 본 숫자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는 정도의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고성능 결과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반도체’이었다.
놀라운 연산능력을 가진 반도체에 구현된 핵심 통신기술들은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특히 5G 모뎀, RFIC, 빔포밍, MIMO 등의 반도체 실리콘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 개방형 라디오 (Open-RAN) 생태계가 활발히 구축되고 있다.
전시된 여러 O-RAN 제품들을 보면서, "세상은 언제나 바뀌고 있고,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O-RAN 은 몇 개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세계 셀룰러 무선네트워크 시장을 개방해, 작은 회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표준인데,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이 표준을 의지해 거대 기업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들의 도전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잘 알기에, 전시된 그들의 제품에서 밤잠을 설친 엔지니어들의 지친 모습이 떠올라 짠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올해에는 중화권과 인도기업들이 많았고, 전시장의 젊은 엔지니어들의 다소 과장된 설명이 밉지는 않았지만, 기술력은 아직 거대기업과 거리가 있어 미래 전개방향이 무척 궁금해졌다. 분명한 것은 골리앗을 상대로 한 다윗의 도전은 시작되었고, 한국의 실력 있는 중견기업도 참여하고 있어, 이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 전 세계의 공급선 이원화가 뚜렷하다.
MWC에서는 관심 있는 회사나 배우고 싶은 기술이 있을 때, 부스를 어슬렁거리면 어렵지 않게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통신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이를 만들거나 생산하는 연구소와 공장이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 올해 이들과의 대회에서 느낀 특이점은 전 세계 공급선이 서방과 중국을 중심으로 뚜렷이 이원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화웨이와 에릭슨의 모습에서 미중 패권경쟁을 느낀 것은 나의 지나친 해석일까? 이원화된 새로운 공급망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각 기업의 노력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해, 그들의 똑똑함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마련인가 보다.
- 에너지 효율, 보안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국가, 회사, 제품을 불문하고 '에너지 효율'과 '보안'은 공통적인 기술흐름이었다. 큰 투자가 가능한 거대기업으로부터 개발비가 빠듯한 중소기업까지 나름의 상황에서 적용한 에너지 효율과 보안 기술들은 제품결과에 반영되어 경쟁력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 또한 4IR이 진행될수록 에너지 효율과 보안기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에 좀 더 분명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 4차 산업혁명은 강력히 진행되고 있다.
4IR의 원동력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초연결 기술을 통해 만나 선순환 가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곳에서 나온다. MWC는 4YFN23 (4 Years From Now 23)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행사를 함께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000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260억 유로(약 40조 원)를 가지고 700개 이상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전시장들을 누비고 다녔다. 나는 이곳에서 4IR의 선순환 생태계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들이 내뿜는 열기와 에너지로 가득 찬 그곳은 4IR 초 지능사회의 원동력이었다.
- MWC의 가치는 전시장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훨씬 더 많이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리더들의 Key Note Speech 들이다. 이곳에서 나는 4IR에 대한 그들의 생각 일부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올해도 집중해 들었고 좋았다. 멋진 영상과 함께 글로벌 리더들의 내용을 비교평가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 나는 10일간 스페인에 머물며, MWC 2023에서 밝은 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