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 김영준 Jan 16. 2023

과거의 아픔과 오늘의 숙제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하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다른 마음먹지 말고 죽으라” 사형선고받은 아들에게 보낸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 글이다.


 과학기술 문명은 기원전 4000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장 이후 중국 황하를 중심으로 이어졌고, 유럽을 거쳐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가 주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중심이 동양에서 서구로 옮겨간 기폭점은 르네상스 운동 정신이었다. 15세기 중세적 세계관을 극복하고, 자연현상도 인간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게 된 르네상스 정신이라 말로, 서구의 자연과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토대가 되었다. 르네상스 이래로 축적된 과학기술 역량은 18세기에 이르러 서구에서 ‘산업혁명’ 시대를 열게 된다.


 우리나라도 15세기 1418년 22세의 젊은 나이에 즉위한 세종대왕에 의해 엄청난 과학기술 발전이 있었다. ‘자격루’, ‘혼천시계’ 등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15세기 세계 과학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훌륭한 것이었다. 이러한 융성의 바탕에는 1898회나 이루어진 집현전의 자유로운 경연문화와 관노 출신의 장영실을 발탁할 정도의 실용적인 인간 중심의 ‘세종 통치철학’이 있었다. 즉 과학기술 발전의 바탕에는 늘 ‘실용’을 중시하는 ‘합리성’ 기반의 사회환경이 있었다.


 르네상스 이후 지속적으로 ‘합리성’을 추구한 서구는 근대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 지속적인 성과를 낸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피뢰침 원리’, 앙페르의 “전류가 흐르는 곳에서 형성되는 자기장 발견”, 패러데이의 “자기장 변화에 의한 전류 발생 현상 발견” 등이 그것이다. 19세기에 이르러 맥스웰은 이들을 종합해 ‘전자기 이론’을 정립하게 되며, 이러한 이론들은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의 ‘유선전화기’, 1901년 마르코니 ‘무선 전신기’ 등의 발명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서구의 과학기술 발전은 20세기 초 대서양을 횡단하는 무선통신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어 그들의 국부를 혁명적으로 증대시키게 된다. 


 한편 15세기 에도 막부시대부터 꾸준히 상공업이 발달되어 온 일본 또한 '페리제독에 의한 개항', '메이지 유신', '서구 사절단 파견' 등의 노력을 통해 19세기말 근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진입하게 된다. 이 결과 일본은 서구 산업혁명의 효과를 그들의 국부와 연결시킬 수 있었고, 마침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근대국가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조선시대 후기 ‘탕평책’, ‘실학운동’ 등 사회 개혁의 기회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성리학의 한계와 19세기 세도 정치의 폐해 등으로 ‘합리성’, ‘실용성’ 과는 거리가 먼 쇄국정책이 실행되고 만다. 즉 근대화에 필수적인 개혁의 원동력이 철저히 봉쇄되고 만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질서로의 개혁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뼈를 깎는 고통 극복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불행히도 우리의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였다. 개혁에 실패한 조선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없었고, 근대 과학기술을 외면한 우리는 1,2 차 산업혁명의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1910년 망국의 비운을 맞게 된다. 


 역사로부터 배움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와 같은 분이 다시는 이 땅에 나오지 않기 위해, 이조 후반 집권세력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2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놓친 안타까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를 혼신의 노력으로 해 치워야만 하는 사명이 주어졌다. 즉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조만간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서구의 거대 빅 테크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력은 이미 우리와의 경쟁 범위를 훨씬 벗어나고 있다. 세계 패권국들의 새로운 자원인 ‘데이터’에 대한 규제 또한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즉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19세기 구한말의 치열함을 넘어서고 있으며, 패권국들은 ‘과학기술’, ‘교육’, ‘제도’, ‘국방’ 등의 전방위 개혁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과거 근대국가로의 변신을 위한 1,2차 산업혁명 개혁은 국가가 주도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의 경우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개혁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실용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변화와 개혁에 동참하는지 여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숙제는 국가를 믿고 맡기기로 하고, 나는 개인 차원의 숙제를 ‘과학기술’, ‘교육’, ‘사람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탐구해 보려 한다. 미래를 위한 개혁은 “미루면 미룰수록 사라지지 않고, 고통만 커질 뿐”이라는 경고를 ‘안중근 의사’의 희생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업혁명과 우리의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