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Day27, 마지막 혼자 걷는 길
난 학창 시절에 기숙사와 연구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참 많았다. 그때 외로움을 잘 견뎌냈기에 까미노에서의 혼자도 익숙하게 보낼 수 있었나 보다.
아침 6시 반, 이제는 익숙해지고 항상 함께인 일행들과 같이 출발했다. 마음속으로 마지막 40km를 혼자 걷기로 다짐했다. 다른 사람들은 25km만 걷는다고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100km도 안 남은 지금부터는 모든 순간순간의 선택이 마지막이기에, 꼭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오늘 날씨 역시 더웠고 맑았다.
나는 까미노 길에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간 것이 아닌, 유독 마음속 결정을 많이 따랐다. 마음속에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만 하는 욕심이 많고, 고집이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혼자 걷는 길이 기고, 40km이기에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유독 숲길이 많은 날이었다. 간간히 나타나는 숲길 덕분에 날이 굉장히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덥지 않았다. 25km 정도를 걸었을 때는 오후 1시 반 정도 되었다. 거기서 점심을 먹고, 슈퍼에서 맥주를 사고 나오니, 일행들이 도착한 게 보였다. 내일 보기로 작별인사를 하였고 다시 출발했다.
멜리다까지는 14km 정도가 남았고, 오후 5시 정도는 되어야 도착하는 거리이다. 날이 더운 상태에서 오후에 걷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아까 슈퍼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마지막 혼자 걷는 길을 마음껏 즐겼다.
난 학창 시절에도 홀로 있는 적이 참 많았다. 주 전공인 산업공학과를 뒤로 한 채, 홀로 컴퓨터공학에 뛰어들어, 컴퓨터공학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공부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카페에 다 같이 모여 공부할 때에도, 혼자 열람실과 연구실에서 공부한 적이 참 많았다. 오랫동안 기숙사와 연구실, 열람실에서 홀로 생활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때 외로움을 잘 견디면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았기에, 까미노에서의 혼자도 익숙하게 보낼 수 있었나 보다.
멜리다에 도착했을 땐 오후 5시 20분이었다. 지금까지 중 가장 늦게 도착했고, 발에는 조그마한 물집이 잡혀버렸다. 27일 동안 걸으면서 처음 겪은 아주 조그마한 물집이었다. 다행히 많이 아프진 않았다. 사람이 많은 갈리시아 지역에서 너무 늦게 도착했기에 공립 알베르게는 찾지 못하고 사립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확실히 더 비싼 만큼 소규모로 운영하고 시설은 더 좋았다. 일반적인 유럽의 호스텔 느낌이었다.
멜리다는 지금 축제기간이라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아 슈퍼랑 저녁 먹을 곳 찾기가 조금 힘들었다. 겨우 피자, 맥주를 마시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