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추가
최근 나의 관심은 대학생 아들의 거취와 이강인이다. 접점이 전혀 없는 이 둘이 왜 같은 관심선상에 놓여있는지 궁금할 수 도 있지만, 이 둘의 문제(?)는 내겐 후반기의 최대 과제이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이기도 하다. 먼저 20대초중반이 된 아들은 늘 외국생활을 갈망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보니 코로나시기가 겹치면서 학교에서 이뤄지는 외국교류 프로그램들도 중단이 됐고 그렇다고 여행만으로는 그 갈증을 해소하긴 어려웠는지 적어도 몇달을 살 작정으로 방학동안 열심히 올리브영 알바(아들 맞음)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학교의 해외프로그램이 재개되길 바라며 학교에서 전해오는 공지사항을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슬슬 해외교류가 풀리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미국어학연수 한달 프로그램을 간다고 떠났고 떠나기 전 유학원을 찾아 영국어학연수를 상담하며 미국을 다녀온 후 바로 영국으로 떠날 계획임을 밝혔다. 군대 월급을 모두 모아왔고 알바해서 모은 돈에 엄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말과 함께. 아들의 의중을 예전부터 알고 있던 나는 흔쾌히 도움에 동의했고, 현재 미국에서 연수 중인 아들은 8월초에 돌아와 아마도 8월말이면 영국으로 가 3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계획들이 상의되고 있던 그 즈음, 이강인의 파리행 뉴스가 떴다. 예상보단 오피셜이 늦었지만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망과 계약했고 이제 우리는 파리 하면 에펠탑보다 이강인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맨시티 저지를 입고 맨시티 경기를 보는게 꿈이어서 그것이 영국에 가는 이유 중 하나라는 아들 역시, 홈스테이며 혼자 살아내야하는 타국에서의 생활보다는 파리로 건너가 이강인의 경기를, 그것도 돈만 있다면 자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듯 하다. 런던 출장을 가서도 파리를 못다녀온 것이 못내 아쉬웠던 나는, 아들은 영국에, 이강인은 프랑스에 있는 이때가 나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야하는 시점에 나는 한국에서 파리로, 아들은 런던에서 파리로, 그렇게 우리는 파리에서 만나 이강인의 경기를 보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그동안 아들이 3개월동안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짜놓은 여행스케줄을 소화하겠다는, 일단은 나만의 계획이 시작단계에 있다.
최소한의 경비를 위해 비행기표는 마일리지로 끊는다는 전제 하에 일에 지장이 없을 일정과 시간을 계산해보고, 이강인의 홈경기 일정을 체크하면서 숙소는 싸면서도 위치가 좋은 곳은 어디쯤일 지 등을 서치하면서 하루 하루를 아주 즐겁게 보내는 중이다. 20대의 다 큰 아들과 유럽여행을 하면서 파리에서 이강인 경기를 보는 상상이라니, 게다가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꽤 높다니, 어찌 아니 즐거울까. 이작가의 버킷리스트는 이렇게 아들, 그리고 이강인으로 또하나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