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선수가 있다는 것도?
화려한 수영복에 코 집게로 코를 막고 물 속으로 물 위로 날아다니기도 점프를 하기도, 꽃을 만들었다가 원을 만들었다가..., 쉴틈도 없이 아름다운 형태로 헤쳐모이길 반복한다. 처음엔 너무 아름다운 수영 선수들에 놀랐다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커스 같은 몸짓에 놀라기도 했던 아티스틱 스위밍, 이제는 이 종목을 남자선수들이 한다는 것에 놀라는 시대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 금남의 벽도 금녀의 벽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스포츠계, 여성스위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아티스틱 스위밍 역시도 남자 선수들에게도 자리 한켠을 내주며 이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아티스틱 스위밍이라고 하면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라고 하면 알려나? 2017년 국제수영연맹이 팬들에게 종목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 이름이 종목의 인기를 높일 것이란
기대감으로 아티스틱 스위밍으로 개명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당 종목의 기술성보다는 예술성을 중시하기 위해서 종목명을 개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어쨌튼 이런 변화 속에 아티스틱 스위밍은 남성들에게도 문호를 열었고, 남녀 혼합 듀엣 종목이 2015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부터 정식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아티스틱 스위밍 남자 선수가 있다? 없다? 있다. 단 한명이지만. 그의 이름은 변재준. 혹시나 지난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관련 소식을 스쳐지나가면서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들어봤음직도 하다. 한국 유일, 한국 1호 수식어 외에도 90년대 스타 가수 변진섭씨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계속 붙었기 때문에. 알고 보니 어머니가 아티스틱 스위밍 국가대표이며 지금도 감독으로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단다. 변진섭씨가 아버지라는 건 꽤 오래 전에 알았고, 어머니가 선수였다는 건 세계선수권대회 관련 보도를 통해 알았고, 여전히 어머니가 감독으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건 어머니로부터 직접 들어 몇시간 전에 알았다.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한 건 맞는 것 같다. 리틀 변진섭의 모습을 한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가 감독인 엄마와 함게 방송 스튜디오를 찾았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지혜도 함께. 이제 스무살을 갓 넘은 대학생의 모습으로 수줍게 그리고 조금은 서툴게 인터뷰를 마쳤다. 국가대표 신분이 아니라 파견선수 신분으로 나서야했던 세계선수권 이야기부터 쉴틈도 없이 내년 2월에 카타르에서 열리는 또한번의 세계선수권을 준비해야한다는 계획과 앞으로 혼성듀엣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길 바라는 바람과 여러 목표들까지 아주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밝고 자신있게 털어놓고 갔다.
한국 유일, 한국 1호 선수, 첫번째가 또 유일하다는게 가져다주는 희소성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누군가가 알아줄 때나 장점이 되는 법. 경쟁자가 없어서 무혈입성을 할래야 선수가 한명이 있는 종목에 대회가 열리는게 만무할 뿐더러 선발전을 치러야하는 달 수 있는 태극마크도 한국 유일, 한국 1호 선수에게는 그림의 떡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변재준-김지혜 듀오와 어머니에게 희망을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겐 재준이가 걸어가는 길이 그들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그들은 조금 더 편해지고, 또 그들 뒤를 밟는 선수들이 또 나올거라고. 박세리 키즈, 김연아 키즈, 박태환 키즈들이 세계 스포츠계를 호령하는 걸 보면 개척자의 길은 어렵지만 그 길이 꼭 외롭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