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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트 Nov 25. 2021

노매드랜드

US석고는 네바다 엠파이어(엠피르) 공장(1923~2011, 88년간)을 폐쇄하였고, 엠파이어 지역은 행정상 사라졌다. 주인공 펀(fern:양치식물; 꽃 씨앗을 만들지 않고 포자를 뿌린다)은 집을 팔고 죽은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모든 물건을 창고에 맡기고 벤에 몸을 싣고 정처 없이 떠난다.


그녀가 바란 것도 아니고, 예상한 것도 아닌 그저 외부의 상황들이 겹쳐 떠밀려 갔을 뿐이다.  그녀는 홈리스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녀는 하우스리스일 뿐이라고 한다. 집이 없는 것일 뿐이다. 꼭 집이 필요한가? 모기지(주택담보 대출)에 의해 사라진 기업 그리고 그로 인해 사라진 집. 하지만 집이라는 장소가, 건물이 없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에 의해 떠밀려 나왔으나 그들은 비참한 것이 아니다


펀은 아마존에서 시즌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아마존 일거리가 사라지자 아마존에서 지원해주던 캠핑장에서 떠나 밥 웰스의 모임으로 흘러간다. 밥 웰스의 입을 빌려 표현되는 노마드들은 자유인이다. 영화는 보편적으로 말하는 안정적인 삶을 집에, 자본에, 물질에 매여있는 삶이라 말하고, 방랑자들을 개척자, 자유인으로 말한다. 하지만 낭만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유가 있을 뿐임을 말한다


원치 않게 자의가 아닌 환경에 떠밀려 나온 펀이 스스로의 의지로 자유인으로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간에 한 인물이 결혼반지를 보며 원은 시작도 끝이 없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순환. 지속되는 연결을 말한다. 하지만 처음도 끝도 없지만 그에 대한 태도는 바뀐다. 셰익스피어의 시처럼 순환하는 것이지만, 비관에만 빠져있지 않다. 처음의 떠남과 끝의 떠남은 같지만 다르다. 모든 물건을 처분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다시 떠난다.


데이브가 접시를 깰 때엔 격한 감정이 휘몰아쳤지만, 마지막엔 그와 같이 소중했을 물건을 모두 처분한다. 소중한 것은 기억이지, 물건이 아니다. 영원한 작별은 없다. 돌 속의 화석처럼 사라진 것 같다가도 언젠가 다시 만난다. 수십 년 전 별의 빛이 우리에게 닿고, 수억 년의 지층이 우리에게 다가오듯 모든 인연은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나 자연 속에서 순환하며 다시 만난다. 줌아웃으로 광활한 자연 속 인간을 보여주고, 줌인되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보여주기를 반복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관계 속에서 인간의 삶을 볼 수 있다.


가스가 빠진 구멍이난 돌, 돌과 같이 주하여 사는 사람들. 하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와 떠도는 사람들. 단단하고 안정적인 돌, 어디로 흩어질지 모르는 가스. 펀은 가스가 빠진 돌의 구멍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가스가 향할, 주하지 않고 방랑하는 그녀가 향할 곳. 꺼져야 할 촛불, 오래된 별빛,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되 매여있지 않고 펀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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