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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이 Oct 23. 2023

고독을 치웁니다

제6화 우리는 보호종료 아동이었다

희철이는 대학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일 년 동안 일을 해서 목돈을 마련하자고 했다.  셋이 함께 살게 되었으니 이제 월세도 다달이 10만 원이면 되고 생활비도 당연히 절약되니, 조금만 이를 악물고 저축을 하면 일 년 안에 1500만 원 이상은 모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와 희철이는 주로 구인 사이트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선배는 삼일 째 집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궁금해서 카톡을 하니 여자친구 집에서 지내는 중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희철이와 나는 밤을 새우고 오후 1시나 돼야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희철이와 함께 산지 일주일 정도 지난날, 열 시 도 안된 시간에 벨을 누르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집주인이라는 아주머니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주머니는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여럿이 사는 줄 알았으면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뒤에 서있는 중년 아저씨에게 방을 구경하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 너무 화가 나서 아주머니에게 항의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사는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러자 집주인아주머니는 준환 선배가 방을 내놓은 것이니 실례가 아니라며 소리를 질렀다. 집주인아주머니는 선배가 이미 방세를 보증금을 넘어설 만큼 지불하지 않았으니 당장에 우리 보고 나가라고 했다. 희철은 이미 일어나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준환 선배는 당연히 우리의 연락을 씹고 잠적해 버렸다.

희철의 말이 맞았다. 준환 선배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 어떻게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를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를 남기고 나서는 굳은 것처럼 앉아 선매의 답장을 기다렸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희철아, 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전부 내 책임이야. 그래도 아직 300만 원은 남았으니까 우리 둘이 합해서 월세방을 구해보자. 우리가 돈 210만 원 때문에 죄절할 수는 없잖아."

"미안해하지는 마. 속이려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하더라.  그런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하니까, 우리 같은 헐랭이들이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어. 그나마 적은 돈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집주인이  삼일동안 말미를 주셨으니까 그동안 방이나 열심히 알아보자."




우리는 끝내 월세방을 얻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에 우리 둘은 같은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백 만원의 소액결제가 됐다는 내용의 문자가 날아왔다. 그제야 우리는 내가 이 집에 들어온 첫날과 희철이 들어온 날에 우리의 명의로 준환 선배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준 것이 기억났다. 선배는 자신이 사업을 하다 신불자가 돼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으니 명의를 빌려 줄 것을 부탁했다. 대신에 자신이 한대 당 20만 원씩을 보상하겠다며 희철이와 나에게 현금을 건넸었다. 우리는 공돈이 생긴 것 같아서  식당에서 삼겹살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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