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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자발적 회사 부적응자 Feb 28. 2021

두 번째 회사의 두 번째 경험

두 번째 회사에서의 전 팀장 그리고 피하고 싶었던 업무와의 악연을 끝내고 새롭게 옮긴 팀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다시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바로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회사가 하는 사업에는 익숙해졌지만 신규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군을 이해해야 하는데 저에게는 그 부분이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지요.

신규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군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했지만 짧은 시간에 기존 사업개발을 하던 사람들을 따라잡기 힘들었고 그러다 보니 팀 사람들과의 업무 회의 중에 나오는 얘기들을 바로바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획 보고서를 쓰려면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렇게 보고서를 쓰더라도 경험이 없다 보니 현실성 없이 겉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 몫을 못 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폐만 끼치고 있었을 때라 위에서 보기에도, 옆에서 보기에도 퍼포먼스가 안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업무도 줄어들고 잉여스럽게 지내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것밖에 되질 않나 하면서 자책도 많이 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지내고 있을 때 다니던 회사가 지주회사를 만들게 되었고 새로 만든 지주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차출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일 잘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놔주질 않으니 그런 곳에 차출되는 사람은 그 당시 나처럼 별로 쓸모없고 실적 없는 사람들이 가곤 했었는데 그때도 제가 그 회사로 가게 되어 또다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로 만드는 회사다 보니 급여도 줄어든다는 소문도 있었고 복지도 나빠진다는 얘기도 있어 고민도 많았지만 계속 이렇게 한 사람 몫을 못 할 바 에야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당시 저에게 위에서 가라고 지시한 상태였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자리를 바꿔 가게 된 새로운 팀에서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적응은 오히려 쉬웠고 업무도 새로운 기획업무와 관리업무로 바뀌었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 셈인데 저에게는 전에 했던 일이나 새로 하게 된 일 모두 처음이었기에 업무가 바뀌었다고 별다른 부담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열심히 몸으로 때워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직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업무라 실수도 많았고 힘들기도 했었지만 옆에 있는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 팀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다른 회사나 다른 팀보다 퇴근이 늦고 회식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원진 보고자료를 주기적으로 취합해야 했는데 보통 퇴근 무렵부터 자료가 모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경우가 잦았고 야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가다 팀 사람들끼리 술을 먹는 일도 잦다 보니 와이프는 지금까지 회사 생활 중 이때가 술을 제일 자주 그리고 많이 먹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사람들끼리도 잘 지냈고 리더도 합리적이고 경험도 많으신 분이라 배우는 것도 많아서 일적으로는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팀에서 기획업무 외에 하던 일은 사업을 직접 개발하고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관리와 기업을 인수해서 회사의 외형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때 몇 번 기업 인수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전까지 어깨너머로 배워서 알고 있던 재무에 대한 지식을 전문적으로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씩 얘기해보자면 기업가치 평가나 재무 관리에서 다루는 용어의 의미와 그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에 대해 실무적으로 배울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인데 그 회사의 순자산이 200이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와 같은 내용들이었지요.

그리고 기계적으로 만들고 있었던 재무모델에 대한 효용과 가치에 대해서도 느낀 점이 많았는데 그때까지는 재무모델은 하나의 사업에 대해 예상되는 수익성과 가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단순히 이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재무모델이 유용한 부분은 수익성을 계산하는 것 이외에도 대상 사업이 갖고 있는 Risk들을 확인하고 그 Risk에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Tool이라는 것을 깨닫고 머리가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기회가 되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경험을 돌이켜보면 제가 맞다고 선택한 길은 오히려 날 힘들게 하고 타인에 의해 선택된 찝찝했던 길이 오히려 나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을 보면 제 판단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과 내가 맞다고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사생활#업무#잉여#기획#경험#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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