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작가님의 북토크가 북바이북에서 있었다. 늦게 알게 되어 북토크는 예약하지 못했고, 이어서 있는 사인회만 신청했었다가 그날 일이 생겨 가지 못했다. 감사하게도 책방 사장님이 내 사인을 대신 받아두셨다.
책을 찾아오고도 한참 두었다가 얼마 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처럼 내려놓기가 어려웠으나 일정이 많아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느라 며칠 걸렸다. 해상과 경주, 그리고 제이의 이야기가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된다. 경주와 해상을 번갈아 화자로 등장시킨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롤라와 드림시어터의 개념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진행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순한 SF로 생각하면 여러 면에서 모순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과학보다는 상상에 치중하여 마음껏 썼음을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드림시어터 설계 디자이너인 해상은 이메일로 의뢰한 경주를 찾아간다. 경주 옆에서 시끄럽게 쫑알대는 앵무새 공돌의 방해에도 그들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경주가 겪은 아픔을 해상은 어떻게 드림시어터에서 구현해 낼까?
이어지는 경주의 스펙터클한 이야기 속에는 액션도 스릴러도 추리도 사랑마저도 비빔밥처럼 버무려진다. 드라마이자 SF이자 추리물의 종합적인 성격을 띠는 소설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이 시리즈 중 하나라고 하는데 첫 편을 읽지 못했다. 다음에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이렇게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글로 쓰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골몰해야 할까? 새삼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영원한 천국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을 잘 담았다. 현실에서의 제약을 영원한 곳에서 극복해 낸다면 행복할까?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지만 이 책에서처럼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무언가가 생겨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면나다가 심심하면 드림시어터에서 동물이든 사람이든 새로운 생을 살다 죽는 걸 반복하는 걸 진정한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좋은 문장이 많아 밑줄을 많이 그었다. 독특한 소재와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에 좋은 문장까지 구사하는 정유정 작가가 대단한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8jAZ6IPtT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