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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15. 2023

순천 여행

거의 일 년 동안 도서관, 동네 카페, 집 외에는 간 곳이 없다. 시야가 막혀있으니 좀 뚫어줄 필요가 있고, 저 멀리 어느 도시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분이 전환이 필요하다.



여행을 갈 수 있으면 무조건 가야 한다. 차비와 숙박비로 뭉텅뭉텅 잔고가 빠져나가는 걸 제외하며 여행은 좋았다. 아주, 너무나 좋았다. 순천역에서 순천만까지 전기자전거를 타고 갔다. 초행길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에 가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이용한 자전거는 지자체에서 시범운영 중으로 무료였다. 버스를 타면 25분이면 가지만 자전거를 타고 몇 번이나 길을 헤매며 꾸역꾸역 순천 만에 훨씬 더 늦게 도착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식은땀이 났다. 온몸은 땀범벅이 됐다. 공짜가 이렇게 무섭다. 온몸이 땀으로 절어진 건 물론 이마와 두 광대는 벌겋게 달아올랐다.


입구에는 순천만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국가정원이 포함된 순천만 입장권을 구입해야 했다. 순천만 만을 보려면 다른 쪽에서 들어가야 한다. 입장을 하니 국가 정원이 나왔다.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관이 많았다. 작은 동물원도 있었다. 순천 만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전시도 있다. 볼것이 많았지만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다. 순천 만을 가려고 알아보니 스카이큐브 열차를 이용해야 했다. 그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타야 한다. 걸어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국가정원과 순천만 입장료: 12,000

스카이큐브 왕복 이용료: 8,000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 만에 내려 밥을 먹으러 나갔다. 입장권을 가지고 나갔다가 1회에 한하여 다시 입장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꼬막 비빔밥을 사 먹고 근처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편의점 주인장 같아 보였던 여자는 뽀얗고 예쁘장했다. 그러나 표정이 어두웠다.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은 대체로 라이딩을 하다 잠깐 들리는 사람들이었다. 식당 거리는 한적했다. 그저 나는 여행자로 잠시 이곳을 들리니까 이곳이 아름다워 보이고 모든 게 좋아 보인다. 이렇게 자연을 볼 수 있는 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순천까지 오려면 KTX로 세 시간 반을 타야 한다.


습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걸었다. 갈대밭 사이 사이로  게들이 지나갔다. 땀이 조금씩 마르며 등 뒤에 바람이 들었다. 내 눈 안에 푸른 하늘과 산, 그리고 갈대로 가득 찼다. 해가 너울 너울 가라앉을수록 하늘은 붉게 물들였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순천 역으로 돌아가면서, 아쉬워졌다. 입구 밖을 나갈 때까지 아쉬운 마음에 한 번 씩 뒤를 돌아보게 됐다. 좀 더 있고 싶었다. 아쉬웠던 마음이 여행에 대한 것인지 다시 일상에서 다시 맞게 될 익숙한 체념과 우울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행 후기를 쓰며, 이 짧은 여행에서 무언 갈 얻었거나 하는 결말을 굳이 내고 싶지 않다. 나는 다시 내가 지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여행은 그저 여행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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