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생에게 시간 확보는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이때 시간은 단순하게 많이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순수하게 제대로 한 공부시간을뜻한다.
상훈이는 좀처럼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자꾸 졸리고 나른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긴장이 풀려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들락날락 냉장고 문을 열어 시원한 것만 찾게 되어 화장실 가는 횟수만 잦아졌다.
집 근처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에서도 공부했지만 순수한 공부시간이 들쑥날쑥이라 고민이 많았다. 독서실 1인 룸은 개별문이 있고 컨테이너 박스를 딱 앉아 공부할 공간 정도로 축소해 놓아 딴생각하지 않고 공부만 하면 될 것 같은 데도
- 갇혀있다 나오는 느낌이야.
축 쳐진 모습으로 한마디 한다.
스터디카페는 집 근처에 두 종류가 있었다. 학생만 출입되는 곳은 삼삼오오 아는 친구들끼리 모여 공부하니 들락날락 자리이동과 소곤거리는 말들이 계속들려와 집중이 안되었다. 그나마 조용하고 분위기가 잡힌 곳은 취준생이나 승진 시험 준비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와 때때로 들려오는 깊은 한숨이 슬프게 느껴졌단다.
한때는분위기 좋고 인테리어가 격조 있는북카페에서도 공부한 적이 있다. 저녁이 되면 공부에 지친 자신의 모습이 유리 외관을 통해 비추어지는데 유독 자신만 집중 못하고 겉도는 느낌에 공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남들은 뭔가 열심히 하면서도어떤 장소도 구애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공부하는 듯싶은데, 상훈이는 이것저것 다 따지며 공부장소 찾는 유랑객이 되어힘들었다.
그러다가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다. 그곳은 집에서 한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지만학원에서는 가까웠다. 무엇보다 공부 집중이 안되더라도 집에 돌아오기 쉽지 않은 거리다.일부러
- 집 근처로 오지 말자!
조건에 부합되는 곳이었다. 학원 인근에 있는대형스터디카페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입시 성공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었다. 상훈이는 시간권을 끊어 고2 겨울방학 때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장소에 대한 정착이 되고 나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공부가 한참 될 때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해야 했다. 막차 시간을 생각해서 일어나야 했다. 주말에는 부모님이 데리러 왔지만 주중에는 픽업이 어려웠다. 애매하게 10시 전후로 잘되던 공부를 마무리해야 늦지 않게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방학 때만이라도 학원 및 스터디 카페에서 가까운 방이 필요했다. 순공부시간을 확실히 뽑아내 실력을 올려야 할 절박한 시기인데 단기로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종류의 방은 있지만 상훈이 혼자 안전하게 지내면서 공부 흐름도 놓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조건이 맞으면 가격이 비싸다. 비싼 가격이라도 딱 이때 입시를 위해 결정하고 나면 방이 없다. 학원가인지라원룸 형태로 전세를 끼고 월세를 내거나, 한 달을 쓰더라도 두 달 정도 비용을 내야 하는 곳도 있었다. 거리가 가까우면서 저렴한 곳을 상훈이랑 엄마가 가 보았는데, 뭔가 낡고 냄새가배어 있는 열악한 현실에 상훈이는 기겁을 하고 나왔다.
- 잠만 자더라도 여긴 아닌 것 같아.
숙식과 빨래까지 해 주지만 금액대가 있는 학사도 있었다.하지만 이미 꽉 찼다. 그래서 반경을 넓히기로 했다. 지하철 두 정거장까지, 도보20분 정하니까원룸텔이 들어왔다. 고시원과 원룸을 섞어 놓으면서 개별 화장실 있는 곳으로 직장인들이 많이 기거하는 곳이었다.
밥과 김치가 제공되고 세탁기랑 건조기도 있어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투입하고 이용이 가능했다. 상훈이가 살 곳이라 최종 결정은 상훈이가 했다, 늦은 시간 귀가할 거라 주변 상권이나 건물도 중요했다. 큰길 안쪽에서 조금만 들어와도 되고 24시간 하는 식당도 근처에 있었다. 지하철역에서도 가깝고 버스 노선도 괜찮았다.중간에 나가게 되어도 미리 얘기하면 일수 계산해서 환불이 되었다.
상훈이는 공부만 집중해도 정신없는 이 시기에, 주말에 집에 오고 가는 시간도 아끼려고 빨래도 직접 돌렸다. 유난히 국지성 호우가 많이 내려 위험했던 여름 날씨도 이겨내야 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급한 마음에 전화나 문자를 하는 것 뿐이었다.
- 비 더 내리기 전에 빨리 스터디카페에서 나와.
역이 침수됐다는 뉴스도 들려오고 지하에 있는 스터디카페에 있을 상훈이가 몹시도 걱정되어 발만 동동 굴렀다. 비가 너무 오니 버스도 빨리 안 와 우산 하나로 비바람 맞서며 한참 걸려 기거하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영화 같은 현실 속의 한 주인공처럼 공부를 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공부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번아웃이 왔을 때도 지치고 힘들어 목표를 수정하려 할 때도 방학 동안 순공부시간 확보하며 매진한 것이 뒷심이 되어 주었다.
※ 누구에게나 맞는 공부 방법이나 장소가 있다. 고3이 되면 안 따지고 발등에 떨어진 공부에만 매진할 것 같지만 입시가 주는 긴장감과 부담감이 생각보다 공부 방해 요소로 등장한다. 그래서 더더욱 입시 공부를 하기 전 자신의 생활 패턴, 학원 스케줄, 학교 및 집 동선 등을 파악해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공부할 장소가 중요하다.
※ 공부 대기방이란, 공부하기 전 준비하고 심신을 쉬게 하는 곳으로 상훈맘이 만든 개념이다.상훈이는 도저히 공부가 안 되는 날은 숙소로 돌아와 잠을 푹 잤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 잡고 공부를 잡기위해 출격했다.
※ 공부 대기방은 정보를 갖고 구한 것이 아니라 상훈에게 필요하고 체력 낭비랑 시간 소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다급함에서 비롯되었다.방학되기 전 주말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둔 곳을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며 찾아 다녔다. 방학 동안 집중해서 공부의 효율성을 높일 때필요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