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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혜 Feb 06. 2023

12년 공부의 총결산이 서울대다

거꾸로 읽는 대학 입시 이야기

2023년 입시 실제 사례다. 성장 과정을 잘 알기에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쓰려고 한다. 주인공이 실명 밝히는 것은 원치 않아 가칭 ''다.


훈이는 2023년 입시에서 수시로 서울대에 합됐다. 지원한 학과는 1차 서류전형에서 경쟁률이 높았기에 이는 서류 통과를 확신하지 못했다.


수시 원서는 과학 기술원 계열 대학을 제외하고 6장을 쓸 수 있는데, 서울대는 가장 상향으로 쓴 곳이었다. 물론 2학년 겨울방학부터 서류가 통과되었을 때를 대비해 수학과 물리를  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2학년 2학기까지 내신 등급으로 서울대 도전 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1. 성적의 상향 곡선이 중요하다 


 매 학기 최종 평균 등급의 상승도는 훈이가 내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노력'이라는 두 글자를 얼마나 부여잡고 있었는지 보여 준다. 급상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올린, 때로는 현상유지를 한 것이 서류를 보는 사람에게 공부에 대한 정성으로 읽힌다.


(1) 잘해야 하는 과목과 좋아하는 과목이 있다.


성적의 상향 곡선은 과목마다 갖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가령,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은 잘하면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올 수 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등급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면 전공에 대한 의지가 전달된다.


좋아하는 과목은 공부를 한 만큼 점수도 잘 나오고 흥미도나 집중도가 높다. 그래서 내신을 안정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과목이 보여주는 안정적인 점수와 상승 곡선은 전공과 관련해서 이 학생가진 장점이자 자질로 읽힐 수 있다.


(2) 버려도 되는 과목은 없다


내신에서 버릴 수 있는 과목은 없다. 전공과 관련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의 점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전공 적합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돋보이는 등급 과목에 반해 지나치게 바닥에 깔려 있는 과목들은 총평균 등급도 깎아먹지만 잘하고 있는 과목의 견고함마저 의미를 퇴색시킨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가중치가 있을 뿐이지 공부할 필요 없는 과목을 드러내는 것은 통합되고 균형적 사고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훈이의 경우 1학년 첫 시험에서 낮은 등급을 보인 과목이 두 개 있었다. 총공부량도 적었지만 시간 내에 하는 문제풀이 연습이 부족했다. 전체 평균을 깎아내리던 과목들이 꾸준히 조금씩 상승해 3학년 때는 안정적인 등급의 과목, 좋아하는 과목으로 바뀌었다. 서울대 심층 면접 과목도 이 두 과목 중 하나였다.


※  상승 곡선은 낮은 점수에서 출발해도 총공부량과 시간 내에 적합한 문제풀이 방식을 반복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면 만들어질 수 있다. 과목마다 스토리가 부여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배치를 잘하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2. 생기부에 기록되기 위서 몸부림이 필요하다.


기록은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의 흔적이다. 학교 활동에 참여했다면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록 시즌이 오면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확인다. 이때 빠지거나 누락된 것이 있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결과물을 증빙해 채워 넣는 것이 좋다. 학기 입력 마감 시한 전까는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꼭 확인하고 추가 입력의 여지가 있으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


(1) 학교 행사는 내신 공부가 바쁠 때 몰려온다.


고등학생이 되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내신 성적이 제일 중요하니 시험과 수행평가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학교 행사는 참여하면 수상 실적과 무관하게 생기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지를 올리고 담임 선생님도 참여를 독려한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면 참여하는 학생들이 제한적이다. 학교 시험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다.


내신 등급의 포지션이 애매해 누구보다도 성적을 올려야 하는 성훈이  학교 행사 참여의 중요도를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다. 2학년이 되어서야 개미똥처럼 조금씩 느는 성적보다 교내 행사는 집중해서 고민하고 결과물을 풀어내면 수상과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2) 학사력을 자주 확인해 미리 준비한다.


대부분의 학교 행사는 학기 초에 나눠 주는 학사력에 다 담겨 있다. 상세한 내용은 3월에 한 번 나오는 총회 책자를 살펴보면 된다.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이나 가정통신문 작년 것을 검색하는 것이다. 훈 어머니가 가장 애용한 방식이다. 작년 이맘때에 어떤 일이 안내되었는지 확인해 미리 성훈에게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한다.


(3) 마의 정보력과 입김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내신 공부 때문에 힘든데 엄마의 한마디는 귀찮게 들린다. 엄마의 정보력은 이때 발동된다. 알아보았더니 별로 어렵지 않고 뭐만 하면 되고 생기부에도 기록된대. 한마디로 거창한 정보가 아니다. 너에게 도움이 된다는 제스처의 정보력이다. 이렇게 해도 모두 해 낼 수 없기에 결국 가능한 것들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미리 부담 없이 "이런 게 있대."로 시작되는 엄마의 입김은 중요하다.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시기가 정해지는 학교 행사를 어찌어찌하다 보면 놓치기 쉽다.


※ 미리 일정 확인해 조금씩 아이에게 언질 하다 보면 호기심이 자극된다. "해 보겠다"는 도전을 끌어내는 순간이 공부 스토리의 시작이다.


(4) 하나 보다는 여럿이 좋다.


학교 행사는 단독 참여도 있겠지만 팀을 이뤄야 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2명 혹은 3명 이상이라고 조건을 달 때가 있다. 혼자 해야 하는 부담감이 여럿이 하면 나눠지고, 협업의 과정을 생기부에 쓸 수 있기 때문에 훈이도 단독보다는 팀 쪽을 선택할 때가 많았다.


문제는 마음 맞는 친구를 구하는 일이다. 친하다고 해서 같이 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손쉽게 멤버가 구성은 되지만 일이 진행될 때는 실제 이 친구가 컴퓨터 활용 능력, 자료 조사, 발표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친하다 보니 참여도가 미비한 친구, 흔히 숟가락만 얹는 경우 친구 관계의 부담 때문에 내색하기 힘들다.


훈이도 몇 번 그런 일로 마음고생을 하고 나서 교내 행사 참여할 때 친숙도는 적어도 협업의 성실성 갖춘 친구들과 했다. 스스로 특별한 능력을 갖춘다기보다 열성적인 태도로 하면 상대 쪽에서 "같이 하자"고 제의가 온다.


생기부의 기록은 학업에 대한 도전, 준비, 노력,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 등이 녹아진 몸부림의 결과물이다.


3. 전달되는 말하기가 중요하다.


(1) 알고는 있지만 말은 못 한다.


수시의 대부분은 1차 서류 심사, 2차가 면접으로 이뤄진다. 단순 면접은 아니고 지정 과목에 대한 제시문이 기반된 면접시험이다. 과기원 세 곳을 포함해 9장 쓴 원서 중에 다섯 곳이 면접시험이 있었다. 제한 시간 내에 읽고 해석하고 풀 내용들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개인의 준비 상황에 따라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이해는 했는데 면접관 앞에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간 내에 해야 하는데 너무 짧아도 추가 질문을 받고, 논리적인 허점이 보이면 예리한 질문에 무너질 수도 있다.


훈이는 평소 학교 생활에서 발표에 적극 참여한다. 타고난 자신감보다는 습관이다. 수학시간문제풀이 발표도 몇 번을 미리 연습하거나 다른 과목 발표 과제들도 '대본'을 꼭 준비한다. 이 습관은 표현되는 말하기가 잘 안 되는 초등 때부터 시작되었다. 발음이 부정확하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본을 쓰며 연습을 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의견을 전달하는 말하기에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 대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논리적인 구성이 머릿속에 만들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선생님이 수업 중에 던지는 질문, 공부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대화 중에 오고 가는 질문 등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까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 알고는 있지만 말하지 못한다면 모르는 것이다. 풀고 이해했지만 말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모르는 것이다. 나 자신은 '안다'의 영역에 있겠지만 당신 앞에 상대는 '모른다'라고 느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전달하는 말하기'는 평소 학교생활에서 시작되고 길러질 가능성이 높다.


(2) 답변이 아니라 설득이다


수시 면접은 면접관이 질문을 던지면 대답하는 구조이다. 때로는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는 기억을 더듬어 대답해야 하는 소개 답변, 활동과 관련된 개념 답변, 자기소개, 학업 계획, 지원 학교에 대한 것 등등 다양하다.


문제는 답변의 방식이다. 질문을 던지면 답만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입시에서 면접은 해당 학생을 검증하고픈 욕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관공서에서 서류작성하다 모르는 것 질문하면 해당 사항만 짧게 언급하는 것과 분명 다르다.


사소한 질문이라도 완성된 문장형태를 갖추고 말해야 한다. 서두에 핵심 답변을 배치하고 조금 더 근거들로 뒷받침하면서 면접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훈이는 자소서를 쓸 때도 면접을 준비할 때도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전면에 배치해 풀어가는 것을 어려워했다. 무수히 고치고 연습했다. 방법을 안다고 해도 찰나의 면접순간에 답변이 잘 나오려면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리고 흐름을 잡아 놓는 것 밖에는 지름길이 없다.


※ 평소 자신의 말하기가 어떤 구조와 습관을 지녔는지 분석하고 하나둘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지내는 학교가 연습하기에는 체적이다. 먼저는 질문에 반응하는 것이 면접 준비의 시작이다.



훈이는 서울대 1차 서류 통과 됐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한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나서 만나고 싶다고 보내는 누군가의 사인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원한 다른 대학들의 면접 경험과 합격 소식도 상훈이의 성공 경험이 되어 뭔가를 시작할 때 자신감과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훈이는 생각이 많아 세상과 교우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조용한 학생이었다. 시간을 뒤로 돌려가며 훈이가 성장하는 과정들을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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