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말야 Oct 31. 2022

MBTI 과몰입 그만하는 법

나는 MBTI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 다음이 사랑하는 것이라면 어쩌면 나는 MBTI를 사랑한다. MBTI는 몇 년째 스몰토크의 단골 주제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이력서나 면접과 같이 꽤 진지한 판단이 필요할 때도 사용되는 듯하다.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까지 MBTI를 좋아하는 것일까? 202n년 들어서 MBTI가 이렇게 오랜 기간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창시자 브릭스 모녀는 알았을까? (새삼 감사드립니다.)

MBTI는 단순히 성격을 특정 기준을 두고 구분해 놓고, 그것을 하나하나 나열한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의 성격을 두고 만든 하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테면 내성적이고 직관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결국 이런 선택을 하게 되고, 이 선택은 저런 결과를 초래하고, 저런 결과로 인해 어떤 감정이 유발되어 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불안해진 이 자는 또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된다. 또 외향적이고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과 만나 선택 방식이 상충해 갈등을 겪게 되고 갈등은 그 두 사람을 각각 어떤 심리상태에 처하게 한다.


 MBTI의 타입별 설명을 읽다보면 마치 소설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성격의 등장인물에, 사건에 휘말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겪고 그때마다 일어나는 심리 묘사 같은 것들이 소설과 흡사하게 느껴졌다. 그렇구나. 사람들은 결국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인류가 예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야기가 엮이면 기억 못할 어려운  정보들도 손쉽게 기억해낼 수 있다. 누군가는 원주율 숫자를 수백가지 나열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자신이 부여한 이야기가 있어 그렇게 긴 숫자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촌의 예전 전화번호와 좋아하는 식당의 주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부여한다고 했다. 아무리 이야기가 있다 한들 범인은 아닌 듯하다.)


인간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에는 자신이 곧 이야기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이란 결국 하나의 긴 이야기이고, 태어난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이야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강제 시청해야한다. 결국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은 이야기를 타고 태어난 인류의 숙명 같은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야기는 영원히 재미있을 것이다. 이야기에 인간이 없을 수는 있어도 인간에 이야기가 없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인간이라는 소재로 왕창 버무려낸 MBTI라는 이야기 역시나 영원히 재미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진위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재밌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서지기 쉬운 인간들을 지켜내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