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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Nov 21. 2021

그런 직업이 있었어? '방송국 영어작가'

TV에 나오는 유명한 외국인이나 해외 석학들의 인터뷰를 보고 한번쯤 궁금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저런 사람은 누가, 어떻게 섭외할까?


(사진 출처: KBS)
(사진 출처: JTBC)
(사진 출처: 아리랑TV)


                      (위의 사진들은 내가 직접 섭외를 담당했던 해외 석학들의 인터뷰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TV 출연자 섭외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방송작가의 일로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외국인 출연자 섭외, 특히 교수나 전문가, 석학 등의 '해외 인물'만 따로 섭외를 담당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내가 하는 일과 업무에 대해 얘기하면 생소해하는 이들이 많아 평소 다양한 질문들을 받곤 한다.

그래서 '방송국 영어작가'라는 나의 직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외국인 출연자들은 보통 방송 작가나 PD 등 스탭들이 직접 섭외를 하거나, 뉴스의 경우 취재를 하는 기자가 직접 섭외를 하기도 하고, 방송국 내부적으로 보유해온 자체 네트워크나 풀을 통해 섭외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특정 프로그램이나 코너에서 해외 인물을 정기적으로 섭외해야 하거나,

한꺼번에 많은 해외 인물들의 섭외를 담당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이를 전담해줄 사람을 고용하는데, 이런 사람을 방송계에선 '영어/해외 리서처', '해외 섭외 담당' 또는 '영어 작가'라고 부른다.  


주로 국내 뉴스 프로그램이나 (해외뉴스 코너),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 

또는 아리랑 방송국과 TBS eFM과 같은 영어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고,

근무하는 팀과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가 달라진다.


업무의 순서를 나누어 본다면 아래와 같이 추려볼 수 있다.

 

(1) 프로그램의 컨셉과 인터뷰 주제에 맞는 해외 인사 후보를 제작팀과 논의한다.

(2) 섭외 후보 리스트가 추려졌으면 연락처를 알아보고 콜드 이메일을 보낸다.

(3) 섭외가 되면 인터뷰 일정을 잡고, 인터뷰 질문지를 번역해 출연자에게 보낸다.

(4) 인터뷰 당일 생방송 또는 사전녹화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5) 인터뷰를 마친 후 출연자에게 인터뷰 영상 링크를 보내드린다.






그렇다면 해외 섭외담당은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할까?


물론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은 필수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일정 수준의 구사능력으로도 가능하다.


오히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사람들도 '섭외'라는 업무를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또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섭외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언어 능력이 절대적이진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해외 섭외라는 것은 사실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출연자와 시차를 두고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메일을 통한 서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영어 회화 실력보다 영어 작문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섭외를 잘 하려면 엄청 사교적이어야 할까?


다양한 네트워크와 인맥의 풀이 넓을수록 섭외의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출연자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는 루트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홍보담당자, 매니저, 각종 기관과의 커넥션 기반을 잘 유지하고 키워나가는 것도 섭외작가의 핵심 능력이 된다.

또한 섭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로 초면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연락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네트워킹에 적극적일수록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해외 출연자 섭외는 물리적인 한계로 이메일을 통해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섭외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출연자에게 잘 전달하기만 한다면 전화를 어려워하거나 내향형인 사람들도 (나처럼!) 충분히 섭외를 잘 할 수 있다. 




섭외를 하다보면 거절을 당하거나 아예 답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종종 무례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좋은 인연이 닿아 섭외가 순조롭게 성사되거나 인터뷰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또는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해 서로에게 모두 좋은 결실을 맺었을 때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방송국 영어작가라는 직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기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실력이 뛰어나신 작가님들을 보면 아직도 배워야 할 부분이 참 많다고 느낀다. 그분들께 존경심을 보내며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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